아직도 건국일 논쟁 한심한 노릇
국가 4요소 영토·인구·정부·주권
상해임시정부 어느 것도 못 갖춰
48년 남한 의원선거가 건국 출발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나라의 생일, 곧 건국일을 잘 모른다. 어떤 이는 1948년 8월 15일(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 말하고, 어떤 이는 1919년 4월 13일(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인 대통령들마저 건국일을 달리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한민국이 1919년에 건국되었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이번 3·1절 기념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시정의 보통 사람이라도 자기의 생일을 모른다면, '근본을 알 수 없는 인간'으로 간주된다. 요즈음엔 심지어 자기 집 강아지의 생일까지 챙겨서 파티를 열어준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지구 상에 출현한 지 올해로 70년이 된다. 70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진 국가가 아직도 자기의 생일, 즉 건국일이 언제인지를 놓고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원수들마저 헤매고 있다는 것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쟁점을 놓고 사회적 논쟁을 전개할 때 거쳐야 할 기초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기초적인 절차를 거치면 단번에 해소될 논쟁이 해소되지 않고 몇 년씩 지속된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인가를 놓고 전개되는 논쟁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규명하려면 국가·건국·건국일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초적인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국가란 특정 영토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면서, 영토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특정한 공적 질서를 강제하는 포괄적인 정치결사이다. 국가라는 정치적 결사가 수행하는 주요 기능은 ▷외부의 물리적 및 문화적 침략으로부터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 ▷영토 내부 질서의 유지 ▷영토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 규제 ▷영토 내에서의 정보 전파 및 규제 ▷외국과의 자주적 관계 형성 등이다.
어떤 정치적 결사가 국가가 되려면 국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국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그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들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그 몇 가지 요소들을 국가 구성의 필수적 요소들이라 한다. 국가로서의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요소는 ①명확한 영토 ②상주하는 인구 ③실효적인 정부 ④대외적 주권 등 네 가지이다. 어떤 결사가 그 명칭을 무엇이라 하건 이 네 가지 요소를 다 갖추었으면 국가인 것이고 그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했으면 국가가 아닌 것이다.
건국, 즉 국가를 건립한다는 것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들을 완비한 정치결사를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명확한 영토, 상주하는 인구, 실효적 정부, 대외적 주권 등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들을 갖춘 정치결사를 형성하는 것이 건국이다. 건국일이란 특정 정치적 결사가 국가 구성의 네 가지 필수 요소를 완전히 갖춘 날짜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어느 날인가를 알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가진 결사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 네 가지를 완전히 갖춘 날이 언제인가를 찾아보아야 한다.
1919년 4월 13일 중국의 상해에서 수립이 공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가 구성의 4개 필수 요소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영토가 없어서 외국에서 조직되었고, 임시정부가 자기의 영토와 국민으로 상정한 한반도와 그 위에 거주하는 인구는 일본의 강점하에 있었다. 임시정부는 한반도 거주 인구를 통치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대외적 주권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결사였다. 따라서 1919년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은 국가의 건립, 즉 건국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건립은 1948년 5월 10일에 실시된 남한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출발했다. 5·10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구성하여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에 따라 정부를 수립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경축식을 개최했다. 그날 밤 자정을 기해 주한 미군정청은 남한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대한민국 정부에 이양했다. 이로써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인 영토·인구·정부·주권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건립된 것이며, 이 일이 일어난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