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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용수비대 진실은?]②활동기간 논란 2. 경찰의 헤쿠라호 사건 공적 가로챘나

"경찰이 일본 순시선 격퇴" 1955년 한국 외무부 문서

일본 월간지
일본 월간지 '아사히그래프'가 1953년 9월 호에 헤쿠라호 사건을 보도하며 실은 사진이다. 최헌식(가운데) 경사와 기왕석(오른쪽) 교사가 일본 측 책임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 독도수호대 제공

'1953년 7월 12일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 위협사격으로 격퇴.' 홍순칠 대장이 수기를 통해 밝힌 독도의용수비대 공적이다. 정부도 이 사건을 수비대 주요 공적으로 언급한다. 일명 '헤쿠라호 사건'이다.

그러나 사건 직후 작성된 한'일 양국의 기록에 따르면 사건 대응 주체는 울릉경찰서다.

1955년 한국 외무부가 작성한 '독도문제개론'은 '울릉경찰서 사찰주임 경위 김진성, 경사 최헌식, 순경 최용득 3명으로 구성된 경기(輕機) 2문으로 장비된 순라반이 1953년 7월 12일 오전 5시 40분 헤쿠라호를 발견해 대응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최 경사는 울릉중학교 기왕석 교사를 통역으로 대동, 배에 올라 해상보안청 책임자에게 항의하고 울릉경찰서까지 동행을 요구했다. 이후 헤쿠라호는 도주했고 경찰이 위협사격을 했다는 내용이다. 다음 날인 13일엔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전날 총격 사건에 대한 항의문서가 왔다는 내용도 있다. 조선일보도 7월 16일 자에 이 사건을 "울릉도경찰서 김 사찰주임 외 2명의 직원"이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헤쿠라호엔 일본 월간지 기자가 있었다. 이들은 그해 '아사히그래프' 9월 호, '킹' 11월 호를 통해 당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아사히그래프는 최 경사와 기 교사가 일본 측 책임자와 면담하는 사진을 실었다. 고 최헌식 씨는 2015년 12월 울릉읍 도동 자택에서 "독도의용수비대가 헤쿠라호를 물리쳤다는 건 순 거짓말"이라며 "사진 속 제복 입은 사람이 본인이고, 오른쪽이 기 교사"라고 증언했다.

반면, 홍 대장의 미망인 박영희 씨는 "제복 입고 대담 중인 사람은 젊은 시절 남편"이라고 주장한다. 이 내용은 이용원 씨의 책 '독도의용수비대-독도를 지켜낸 영웅 33명의 활동상'에 적혀 있다. 저자는 책에서 "일부 연구자는 사진 속 인물이 당시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해 홍순칠 씨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며 "이런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과학적 검증이 아니다"라고 박영희 씨의 주장을 옹호했다. 저자 이 씨는 국가보훈처 공무원 출신으로 2011년 1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독도의용수비대 기념사업회 부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씨가 언급한 '일부 연구자'는 2013년 기념사업회가 독도의용수비대 활동 기간을 재정립하기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구팀이다. 연구책임자는 독도 전문가로 꼽히는 국방대 김병렬 교수, 연구원으로는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홍성근 박사와 독도수호대 김점구 대표가 참여했다. 홍 박사는 홍순칠 대장의 조카로, 조카가 사진 속 인물이 홍 대장이 아니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보훈처는 2013년 연구용역 결과를 지금껏 공개하지 않고, 헤쿠라호 사건을 여전히 수비대 공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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