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인 사업가를 만났다. "저성장 장기화가 고착화된 대한민국과 달리 고성장을 이어가는 중국에서는 아직 사업할 맛 나겠다"며 부러움을 전했다.
돌아온 답변은 "그래도 한국이 부럽다"는 것이었다. "공산당이 독점해서 권력자를 장기 집권하게 하는 중국의 근본적인 정치 변화 없이는 더 이상의 체질 발전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따져 보면 우리나라처럼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나라는 의외로 많지 않다. 미국은 별도의 선거인단을 구성해 과반 득표를 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하원, 부통령은 상원이 선출하는 전형적인 간접선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해 연방대통령제를 택한 독일도 별도의 선거인단으로 구성된 연방총회가 5년마다 열려 대통령을 선택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총리에 오른다. 국민이 직접 투표하지 않고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공산당이 좌우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일사불란하게 선출한다. 국민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일개 정당이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최근 열린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에 대한 연임 제한을 풀어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한마디 이견 없이 처리했다.
우리나라는 19세 이상 국민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선거운동 기간 도중 후보들은 TV 토론회, 언론 검증, 공약 발표 등 수 많은 노출을 하게 된다. 그 사이 국민은 '누구는 좋더라' '누구는 깜냥이 안 되더라' 하면서 술안주로 삼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온갖 검증을 뚫고 당선된 대통령들인데 퇴임하고 나서는 줄줄이 감옥에 가는 현실이다. 임기를 채 마치기 전에 파면당한 인사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국민이 조성한다. 당선 전에는 그렇게 칭찬하더니 나중에는 '감방에 보내야 한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너무 쉽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너희는 그래도 대통령을 너희 손으로 직접 뽑는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지 않으냐"는 중국인 사업가의 부러움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이지만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을 뽑은 우리의 손이 다시 부끄러워진다. 결국 우리가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좋은 대통령감을 보는 눈을 갖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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