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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스승의 날과 교사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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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스승'이라는 말이 가진 무게 때문이다. '스승'은 사전적 의미로는 '가르쳐서 이끌어주는 사람'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스승의 가르침은 지식보다 도덕적인 감화라는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스승이라는 말은 도덕적인 감화를 주로 하는 종교인들에게는 어울리지만,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중심인 교사들에게는 약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교직 초기에는 스승이라고 불릴 만큼 연륜이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당연히 부담스러웠고,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지금은 그때에 비해 열정이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한 반성부터 하게 된다. 다른 때에는 없던 부담감이 스승의 날이 되어서, 스승이라는 말을 들으면 생겨난다.

엄밀하게 말하면 스승의 날은 학교에서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종교 단체나 사회 전체적으로 기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건강한 인격체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많은 스승들이 영향을 미쳤다. 나도 부모님으로부터 시작해서 누님들, 형님, 그리고 학교 선생님, 선배,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 후배들 중에도 스승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많았다.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 만난 스승도 있다. 그런 스승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스승의 날이라면 부담 없이 스승의 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은 모범이 되는 교육자와 관련된 날이 아니라 모두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스승의 원래 의미에 비추어 본다면 충분히 기념할 수 있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의 날이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교권을 존중하는 취지로 만든 날이라면 '근로자의 날'처럼 '교사의 날'로 정하는 것이 교사들을 위한 배려가 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다지는 날이라면 '사제동행의 날'로 하는 것이 옳다. 교사들은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촌지 문제, 교권 침해 문제와 같은 신문 기사들을 보는 것이 달갑지 않다. 그래서 스승의 날을 없애거나 근로자의 날처럼 쉴 수 있도록 청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스승의 날에 학교가 휴업을 한다면 언론에서는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어디에 맡기라고', '아이들을 PC방으로 내모는 스승의 날', '스승은 없고 교사만 있는 학교'와 같은 기사들이 나올 것이다. 교사들을 위한 날이라고 해 놓고 정작 스승이라는 말로 성직자와 같은 의무만을 강요한다. 스승의 날이 가진 불편함의 본질은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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