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남북 두 집이 갈 길

우리는 이 땅의 역사에서 여럿 망한 나라를 봤다. 백제와 고구려, 신라, 고려, 조선의 패망이 그렇다. 동전 두 쪽처럼 망국과 함께 통일(統一)신라의 등장과 고려, 조선의 건국과 아울러 조선이 이민족에게 35년간 빼앗기는 뼈아픈 국치도 겪었다. 이어 되찾은 나라, 남북 강산의 허리가 잘리는 아픔의 분단(分斷)도 당했다.

우리는 이 땅에서 되풀이되는 나라 흥망에 대한 까닭도 살폈다. 특히 국치와 분단은 이민족이 끼어드는 바람에 빚어진 불행인지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더욱 그 원인을 따져야만 했다. 우리끼리 주고받던 이 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그리고 미국·옛 소련 탓에 국치와 분단의 국운을 맞았으니 불면의 날들을 보내면서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밝혀진 바는 많고 넘친다. 분명한 답은 먼저 백제와 고구려의 망조(亡兆)에서, 또 '세 땅을 한 집으로 합친'(合三土爲一家) 통일신라가 고려에 자리를 물려준 데서, 그런 고려가 다시 조선으로 바뀐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분열과 사회 결속력 및 지도력 실종, 부패 등이었다. 정치적 분열과 백성의 결속력 붕괴는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

나당(羅唐) 연합군과 운명을 건 싸움 앞에서 벌어진 의자왕 조정의 분열, 충신의 투옥과 유배, 갈 곳 잃은 신하와 백성의 백제가 그랬다. 연개소문 세 아들의 권력 다툼과 적진 투항 그리고 적 앞잡이 행세로 자중지란에 빠진 최강의 고구려도 같았다. 신라 역시 잦은 왕권 쟁탈전 끝에 나라를 고려에 바쳤다. 고려, 조선의 운명도 앞선 왕조와 비슷했다.

일제 패망 뒤 광복 때 이민족의 남북 진출은 줄곧 지킨 이 땅의 '한 집'을 남북 '두 집'으로 기어코 가르고 말았다. 그렇게 70년이 흘렀다. 그리 갈라진 두 집이 다시 한 집으로 합치기 위한 부단한 노력 끝에 '전환의 2018년'을 맞았고, 이 땅을 둘러싼 변화의 정세가 나라 안팎으로 촌각을 다투며 긴박하다. 마냥 두 집이냐, 아니면 한 집을 향한 새길로 가느냐의 즈음이니 더욱 관심이다.

먼저 나라 밖이다. 6월 12일, 이 땅의 역사 물줄기를 바꿀지도 모를 싱가포르의 '세기적 만남'이 이뤄진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핵 담판을 위해서다. 이달 22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다. 9일에는 한일중 정상회의, 7~8일 북중 정상회담, 4월 27일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도 있었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긍정적이라 세계 이목이 집중된다.

문제는 나라 안이다. 특히 정치가 문제다. 6·13 지방선거 탓이겠지만 진흙탕 싸움이다. 공격의 입도 거칠다. 4월 닫은 국회 문은 5월에도 열릴 기미조차 없다. 걸림돌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특검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정치력 부재 탓이 크다. 대통령 측근인 김경수 국회의원이 연루된 만큼 그를 구하려 국회를 놀리고 국민을 무시하며 오만을 부리고 있다. 높은 대통령 지지도와 야당 덕에 반사로 얻은 상당한 정당 지지도가 무기임이 틀림없다.

서로의 엇갈린 이해로 남북이 옛날처럼 한 집으로 되는 것을 결코 반기지 않을 나라 밖 '맹수'의 주변 강국 틈바구니 속에서 남북문제 해결에 동력이 될 국민적 지지와 합의로 나라 밖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무한 책임인 여당이 이러니 그저 국민이 딱할 뿐이다. 늦기 전에 여당은 국회를 열고 특검 수용과 함께 김경수 의원과의 질긴 끈을 끊고 모처럼 맞은 남북 모두에 도움될 기회를 살릴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이 땅 밖 이민족의 강국은 결코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역사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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