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사상 첫 공개 국적 수여식

"당당한 한국인 엄마'아빠 돼야죠"…귀화 국민 16명에 증서 전달

17일 대구출입국
17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열린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 국민들이 국적증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당신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표어를 본 순간 가슴이 벅찼어요."

17일 오후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지난 10일부터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명칭 변경). 남편의 손을 꼭 잡은 캄보디아 출신 착폰(33) 씨가 설레는 표정으로 벽에 걸린 태극기를 쳐다봤다. 한 손에는 방금 받은 국적증서가 들려 있었다.

지난 2007년 한국에 온 그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착폰 씨는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한국인 엄마가 돼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출입국사무소의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까지 수료한 착폰 씨의 노력은 손에 쥔 국적증서로 결실을 봤다. 착폰 씨는 "곧 한국 이름도 갖고, '대한민국'이라고 쓰인 여권도 발급받을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사상 첫 공개 국적 수여식을 하고 '새 이웃'을 맞이했다. 이번 행사는 '세계인의 날'(5월 20일)을 기념하고, 12월 20일부터 이뤄질 공식 국적 수여식의 시범행사로 마련됐다. 법무부는 귀화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공식 국적 수여식에서 선서를 하고 증서를 받아야 국적이 취득되도록 지난해 12월 국적법을 개정했다.

다 함께 애국가를 부르고 국민의례를 마친 16명의 귀화 국민이 작은 태극기를 들고 단상에 오르자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새 한국인'들의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모로코 출신 부다뜨하야트(32) 씨는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한국인들에겐 사소하게 여겨지겠지만 나로선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8년 전 남편 김영호(50) 씨와 결혼해 한국에 온 그는 곧 남편이 지어준 예쁜 이름으로 바꿀 계획이다. 부다뜨하야트 씨는 "국적이 달라 결혼할 때도 서류가 복잡했고, 남편이 직장까지 그만두고 3개월마다 홍콩을 오가며 지내기도 했다. 이젠 '외국인 등록증'이 아니라 당당한 '주민등록증'을 내밀고 선거에도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60여 년간 한국에서 살아온 수웅식(중국명 쒜이빙펑'63) 씨도 이날 정든 대만 국적을 내려놓고 '법적 한국인'이 됐다. 아내 김문조(52) 씨의 성을 물려받은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빠의 성을 갖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수 씨는 "지금까지 대만 국적에 대한 자부심으로 귀화를 미뤘지만 딸의 바람을 들어주고자 결정을 내렸다"며 "국적은 법적인 형식일 뿐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가족들과 오손도손 한국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귀화 허가 시 우편으로 통지서 한 장 보내주는 것이 전부였다. 내년부터 제대로 된 수여식이 열리면 귀화 국민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1957년 2월 8일 대만 국적의 손일승 씨가 귀화한 이후 지난 60년간 외국인 18만여 명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귀화 국민은 해마다 늘어 2010년 이후로는 매년 1만여 명 이상이 귀화 허가를 받고 있다.

배상업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각자 태어난 곳이 다르더라도 오늘 모두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며 "통합이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만큼 귀화 국민들이 문화와 전통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우리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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