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北 사기극 이번엔 안 통해
트럼프 또 김정은 테스트할 수도
비핵화 로드맵 나와야 회담 성사
남은 12일 金의 이성적 판단 기대

지난주 전 지구인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북한의 막말, 정상회담 못 한다, 꼬리 내린 북한, 할 수도 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인류지대사(人類之大事)를 놓고 장난치는 자들 때문에 전 지구가 몇 번씩 놀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북한과 미국은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가졌고,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6월 12일 추진된단다. 북한 핵문제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까? 미안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리지는 말자. 북미 정상회담은 절대 쉽지 않다.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종전 협상을 마무리하고, 체제 보장을 받고, 한미일 3국의 거대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게 북한의 시나리오였다. 북한 김일성 3대는, 핵만 개발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밥도 빵도, 의료도 복지도 모두 해결된다고 20년 동안 주민들에게 거짓말해 왔다. 이제 핵은 완성됐으니 북한 땅에는 젖과 꿀이 흘러야 한다.
그렇게는 잘 안 될 것이다. 북한의 원죄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어수룩해서 지난 1994년 북한에 속았다. 이 과정을 태영호 전 공사는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북한의 시간 끌기 기만극'이라고 단정했다. 북한은 애초에 합의를 지킬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도 핵을 놓을 생각이 없다. 내놓는 척 실리만 챙길 작정이다. 역으로, 만일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한다고 치자. 무력해진 북한이 떼쓴다고 들어줄 바보 천치가 있을까?
미국 사람들도 두 번은 안 속는다고 다짐 또 다짐한다. 살라미 전술이니 단계적 해법이니 북한의 기만전술은 이번엔 안 통할 것이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와 인터뷰한 미국 내 전문가 30명도 한 명 예외 없이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미국은 1994년 당한 만큼, 아니 더 철저히 북한의 말과 행동을 검증할 것이다. 북한의 핵탄두를 모두 미국으로 옮겨 놓는 리비아식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는 자체로 성공이라고 주장한다. 천만에. 두 정상이 마주 앉은 자체가 성공일 수 없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먼저 동의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체제 보장이고 경제 지원이고, CVID 이후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손자(孫子)는 말했다.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안보는 나라의 중대사다. 백성의 삶과 죽음을 나누는 마당이며, 나라 존망의 갈림길이니, 신중하게 살펴야만 한다.'
20년 전에는 북한의 장난에 미국이 속았다. 이번에는 미국의 장난에 북한이 속았다. 장사꾼 트럼프는 앞으로도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김정은을 테스트할 것이다. 트럼프는 비핵화 로드맵이 합의되기 전에는 회담장에 들어서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은 결정적인 카드를 하나 잃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미국과의 군사적 완충지대로 북한의 존재를 중시하는 중국은 계속 틈새를 노릴 것이다. 북미 대화가 타결될 경우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 일본도 자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북한은 미완의 핵으로 50억달러짜리 경수로를 지원받았고, 당시 일본이 30억달러 이상 부담했다. 북한은 이번엔 그 20배쯤인 1천억달러쯤 부르지 않을까? 앞으로 꼭 12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김정은의 이성적 판단을 기다린다.
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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