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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잊힐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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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오늘 점심 메뉴로는 무엇을 먹었고 그날 저녁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조리 기억한다면? 질 프라이스(58)라는 미국 여성은 11살 이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거의 빠짐없이 기억한다. 그녀의 능력을 과학자들은 '과잉기억증후군'이라고 규정한다. 세계에서 수십명의 사람이 이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잉기억은 당사자에게 고통이다. 지나간 기억과 함께 당시 느꼈던 감정들도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정작 일부러 외우고자 하는 것은 잘 안 외워지고 무심코 스치듯 지나간 일상사는 생생히 기억되는 것을 축복이라 할 수 없다.

'세월이 약'이라고 했다. 적당한 수준의 망각은 인간에 대한 조물주의 배려인 듯하다. 망각을 통해 인간은 '기억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이 만든 기억장치(컴퓨터 메모리)는 물리적 손상이 없는 한 저장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요즘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와 사진, 동영상 등이 온라인에 돌아다닌다. 개중에는 철없던 시절에 찍어 올렸던 사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거칠게 내뱉은 댓글, 잊고 싶은 과거사도 있을 것이다.

최근 한 여성 모델이 아르바이트 삼아 촬영한 누드 사진이 성인 사이트에 유출돼 돌아다닌다고 호소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녀의 누드 사진 수백 장을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녀로서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누드 사진 때문에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이 그것들을 일일이 찾아 없애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장의사(디지털 장의사)'란 신업종이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 남아있는 가입자의 흔적을 일일이 찾아서 없애주는 온라인 데이터 삭제 대행 서비스다.

이처럼 디지털 세상에서는 '잊힐 권리'를 보장받기가 정말로 어렵다. 인터넷에 올린 모든 것은 영원히 기록되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이에 무심한 듯 하다. SNS 때문에 탈난 경우 많아도 안 해서 문제된 것을 나는 못봤다. 나중에 후회할 일 만들 바에야 애초부터 올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가.

김해용 논설위원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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