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맨홀러(manholer)

'유튜브가 교사'라는 말이 실감 난다. 최근 재미있게 본 영상은 맨홀 입구를 보수하는 작업이다. 시내 도로 곳곳에서 파손된 맨홀 때문에 불편을 느끼기 때문이다.

독일과 한국의 맨홀 작업을 비교해봤다. 맨홀 개폐 장치를 이루는 부속품과 장비는 조금 달랐지만 정비 기술이나 공정은 큰 차이가 없었다. 과속·과적 등 잘못된 교통문화가 맨홀 장치의 내구성을 좌우한다는 생각이다.

맨홀은 하수도나 소화전, 통신망을 정비할 때 드나드는 통로다. 우리 주변에서도 맨홀 커버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눈여겨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맨홀 커버에 공공디자인이 가세하면서 관광 상품이나 지역을 알리는 홍보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맨홀 디자인에 눈을 돌렸다. 각 도시와 커뮤니티마다 맨홀 커버 문양을 자체 디자인해 지역 문화와 역사, 산업 등을 홍보하고 있다.

맨홀에 공공디자인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77년 오키나와 나하시다. 현재 일본 95%의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맨홀 디자인을 갖고 있다. 그 종류만도 1만2천 종이 넘는다. 주물 커버의 디테일이 뛰어나고, 제각각의 문양이 개성 있고 화려하며 아름답다. 양각된 문양 사이로 두껍게 페인트를 처리하는데 혼합 비율을 대외비로 할 정도다.

매년 1월 '맨홀 서미트'를 열 정도로 일본에는 맨홀 디자인 동호인이 많다. 전국 맨홀 순례나 맨홀 뚜껑을 닦고 광을 내는 취미를 가진 마니아(맨홀러)도 수두룩하다. 맨홀이 관광상품으로 부상하면서 맨홀 카드 등 관련 상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대수롭지 않은 하수도 뚜껑에도 부가가치와 볼거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의 결과다.

우리의 경우 광주 등 일부 지자체가 도시 브랜드 전략의 하나로 맨홀 커버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정도다. 최근 경산시의 주물 전문생산기업인 기남금속이 베트남에 450만달러 규모의 맨홀 커버를 수출한다는 소식이다. 뛰어난 주물 기술과 다양한 상품성, 경북도의 지역 물산업 기업 지원책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맨홀이 문화 아이콘이 되기까지 우리의 노력과 관심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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