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 리뷰] 오페라 '능소화 하늘꽃' 안동 공연…공연 거듭할수록 완성도 높아

음악 흐름 안정하고 매끄러워 무용도 역동적·템포 빨라져 정제된 대사로 극 몰입 높여

오페라
오페라 '능소화 하늘꽃' 공연이 소설의 무대인 안동에서 펼쳐졌다. 16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남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고 서로 사랑할까요?' 여늬(마혜선)의 '능소화 하늘꽃' 아리아가 16일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 맑게 울려 퍼졌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능소화 하늘꽃' 안동 공연은 이 이야기의 본고장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2009년 초연된 이 작품은 작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면서 많은 수정, 보완을 거쳤다. 전문가들과 팬들의 관심은 그동안 지적되어 온 문제들이 이번 무대에서 어떻게 보완됐는지에 모아졌다.

'음악과 안무, 무대 전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분명히 있었다'는 정갑균 연출의 조언을 귀에 담으며 L석 18번 자리에 앉았다.

백진현 지휘자의 손끝이 허공을 가르자 디오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웅부홀에 울려 퍼졌다. 이번 공연에 많은 팬들의 관심은 음악이었다. '관현악 작곡가가 만든 곡이라서 성악가가 소화하기 어렵다' '음악과 음악 사이가 매끄럽지 못했다' '아리아와 무용 사이가 급박하게 넘어가 호흡이 힘들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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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능소화 하늘꽃' 공연이 소설의 무대인 안동에서 펼쳐졌다. 16일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공연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이번 무대에서는 음악 흐름이 안정되고 매끄러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곡과 곡, 곡 무용과 음악을 연결하는 브릿지 부분이 여유로워져 관객들은 호흡을 유지하며 박수나 감정 표현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음악의 완성도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었다는 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특히 2막 사냥터에서 처음 만난 여늬와 응태가 부르는 2중창과 4막 죽음, 이별 장면에서 부르는 이중창은 극 전체의 주제와 분위기를 이끌며 절정으로 이끌어가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용에서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대구 공연에서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템포가 빨라졌다. 작년에 전반적으로 무대가 느슨하고 '다운'돼 있었다는 비평에 대한 대응인 듯싶었다. 최상무 예술감독은 "안동지역 흥과 신명을 표현하기 위해 활동적인 남자 무용수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근육질 무용수들의 동적인 안무는 많은 관객들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원작소설 '능소화'를 바탕으로 쓴 시어(詩語)처럼 정제된 대사와 절제된 대본도 관객들의 극 몰입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조선시대판 '사랑과 영혼' '원이엄마'의 애틋한 편지 정서를 공감하는 객석 분위기는 안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이 극의 무대가 이 고장 고샅길, 우물가에서 있었던 이야기라는 면에서 관객들의 집중도는 압도적이었다. 특히 안동 출신 소프라노 마혜선이 주연을 맡아 지역민들의 공감도는 더 컸다. 마혜선 씨는 "바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스토리이고 내가 뛰놀던 골목길, 담장이 극의 배경이어서 맘껏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나 1막, 2막에서 조명이 어두워 극의 집중을 방해한 점, 3막에서 응태, 여늬, 팔목수라의 3중창이 다소 산만했던 점, 판타지적 요소가 너무 강조돼 극의 서정성이 훼손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안동 공연을 지휘한 정갑균 연출은 "오페라 '아이다'가 수십번의 개작을 거쳐 명작으로 거듭 났듯 '능소화 하늘꽃'도 수정, 보완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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