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비핵화엔 말 아끼며 종전선언 서두르는 정부

북한 핵의 폐기와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의 맞교환이 북미 간 핵 협상의 골자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맞교환은 아니다. 북핵 폐기가 선결 조건이고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은 그 선결 조건의 이행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후속 조치이다. 북핵 협상의 목표는 북핵 폐기이지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선후 관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언급은 문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낸다. 강 장관은 18일 언론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시기형식은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고자 한다”며 “올해 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조급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선후 관계의 도치(倒置)다.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의 결과를 보고 결정할 문제다. 그래서 북한 비핵화에 앞서 종전선언의 목표 시한을 정해서도 안 되고, 정할 수도 없다.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 앞당긴다 해도 오는 2020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2020년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로, 미국의 1단계 북한 비핵화 목표 시점이다. 2단계는 확인과 검증인데 그 완료 시점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강 장관은 종전선언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그 전제 조건인 북한 비핵화와 그 목표 시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었다는 점이다. 문 정부가 ‘연내 북한 비핵화’라는 전혀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거나, ‘선(先) 종전선언-후(後) 북한 비핵화’로 일의 순서를 뒤집으려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낳을 만하다.


북한 김정은은 절대로 문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6·12 북미 정상회담이 잘 말해주는 바다. 북한이 한 걸음 움직이면 우리도 한 걸음 내딛는 철저한 상호주의가 아니면 북한 비핵화의 달성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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