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 별세를 둘러싸고 꽤나 시끄럽게 말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상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이 초점이지만, 고인의 주검을 앞에 두고 이런 논란을 벌이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 대통령이 문상을 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다.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좀 어이가 없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이 (빈소로) 훈장 추서하러 가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유족들에게 예우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조문은 이것으로 갈음한다”고 했다.
‘갈음한다’(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한다)는 말의 뉘앙스가 묘하다. 훈장 주고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낼 테니 대통령 자신은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표현인 듯하다. 대통령 자신의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지지 세력에게도 어쩔 수 없이 훈장을 수여하게 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당초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께서 문상을 가시는 게 좋겠다’는 기류였지만,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시지탄이지만, 참모들이 좀 더 강하게 대통령에게 문상 건의를 해야 했다.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모든 것을 잊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결정은 전통적인 가치관에 반하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역사적 평가나 개인의 가치관신념은 접어두고, 나라의 큰 어른다운 넓은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문상 여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지지 세력뿐 아니라, 전 국민을 끌어안는 통합과 포용의 정신을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그것이 걱정스럽다. 흔한 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능히 끌어안을 수 있는데, 흠결 많은 노정치인 한 명 끌어안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진보니 보수니 하며 찢어지고 갈라진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마저 편협되고 속 좁은 모습을 보이면 미래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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