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만든 이색 발명품
허구한 날 밥 먹고 DNA만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 사실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메가톤급 태풍의 눈에 자리 잡은 DNA는 앞으로 큰 변화를 예고하며 놀라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생물학과 의학에서 주로 DNA를 연구하였다.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연결되기 시작하였고 향후 보험, 무역통상, 법률, 사회복지, 경영, 유통 등과도 연결될 조짐을 보인다. 이처럼 요즘시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DNA로 이색 발명품들이 만들지고 있다는데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DNA 바코드와 생물보존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신분증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각 생물종이 가진 고유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DNA 바코드를 만들어 신분증처럼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캐나다 구엘프대학교의 폴 허버트 교수가 2003년에 처음 제안했다. 곧이어 국제생물 DNA 바코드컨소시엄(CBOL)이 2004년에 만들어져서 본격적인 바코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50개국이 참여하여 각 생물종의 DNA 바코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2011년에 이미 10만 종 이상의 바코드 분석이 완료되었다. 서울 명동에 외국인을 포함해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신분증이나 여권을 보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다. 이처럼 이제 동물이나 식물들도 DNA 바코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DNA 바코드는 생물종 분류, 생명공학 연구, 농수산물 검역, 법의학 및 식품 등 우리 생활 전반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2012년부터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에서 구글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2000종의 멸종위기 동물을 포함하여 1만종의 동물에 대한 DNA 바코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멸종위기 동식물에 대한 DNA 바코드가 구축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멸종위기 종을 확인하여 보호할 수 있다.

◆DNA 컴퓨터와 메모리
DNA 분자를 이용하여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을 1993년에 미국 MIT대학의 에이드먼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이후 1997년 미국 로체스터대학교는 DNA로 구성된 논리 회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2000년에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DNA 가닥의 특별한 결합을 이용한 DNA 컴퓨터가 만들어졌다. 또한 최근에는 1000억 개 이상의 DNA를 신경처럼 연결한 하이퍼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인공지능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DNA를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나 USB와 같이 저장매체로 쓰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사실 우리 몸속의 DNA는 어머어마한 양의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저장매체다. DNA 1g에 455 엑사바이트(Exabyte)의 정보 저장이 가능하다. 즉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하드디스크(1TB) 4억개에 담겨있는 정보를 DNA 1g 안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 바이오정보연구소(EMBL-EBI) 연구팀이 동영상 디지털 정보를 DNA에 저장하는 실험을 성공하여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들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동영상(760KB 분량)을 DNA에 암호화시켜 입력한 뒤 다시 100%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애완동물 족보 만들기
고양이나 개와 같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1000만 가구가 개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흔히 개라고 말하지만 개의 품종은 수백개나 된다. 특히 오랫동안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품종개량을 했기 때문에 개의 가계도는 무척 복잡해졌다. 이에 미국 국립휴먼게놈연구소에서 20년 동안 개 품종의 DNA 샘플을 수집하여 만든 가계도를 2017년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364 마리의 개 DNA 유전체를 분석하여 가계도를 만들었다. 이제 이 가계도에 내 개의 DNA를 맞춰서 비교해보면 내 개의 족보를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반려동물의 유전체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머지않아 각 반려동물의 가계도를 쉽게 만들 날이 올 것이다.

◆건강 지킴이 DNA
인간게놈프로젝트(HGP)가 2003년에 완성되었다. 이 당시 한 사람의 DNA가 가진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데에 수년의 시간과 3조원의 돈이 들어갔다. 그런데 요즘은 1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며칠이면 된다. 최근 유전체 분석업체인 일루미나는 노바섹이라는 새 장비를 소개하면서 앞으로는 12만원 정도로 개인의 유전체 분석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한 사람이 가진 DNA 속 유전자를 분석하면 유전병뿐만 아니라 취약한 질병들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각 개인에 맞는 개인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해진다. 또한 평소 건강관리 방법과 음식에 대해서도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DNA 유전자 검사법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빨리 검출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식중독 검사는 음식으로부터 시료를 채취하고 식중독 원인 세균을 배양한 후에 생화학 검사를 통해 판별한다. 이러한 기존의 검사방법은 3일정도 걸린다. 그런데 2016년 질병관리본부는 식중독의 원인 병원체를 빠르게 검출할 수 있는 '다중 유전자증폭(multiplex PCR) 키트'가 개발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키트는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분비하는 독소 16종을 8시간 내에 분석한다. 이와 같은 DNA 분석기법을 이용한 빠른 식중독 검사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DNA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불과 백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짧은 시간에 DNA와 유전자에 대해서 많은 것이 밝혀졌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DNA는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의학적 및 산업적 혁신 발명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작은 씨앗들은 더 큰 혁신적인 기술로 성장하여 세상풍경을 전혀 다른 색채로 바꿔나갈 것이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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