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도청신도시 교통체계 요지경

경북 도청신도시 교통체계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이 이곳 일부 구간 도로에서 1시간 동안 확인한 불법 유턴 차량만 수십여 대에 달했다. 주민들은
경북 도청신도시 교통체계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이 이곳 일부 구간 도로에서 1시간 동안 확인한 불법 유턴 차량만 수십여 대에 달했다. 주민들은 "도로에 진입해 반대 차로나 목적지로 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차량 흐름에 맞게 교통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 도청신도시 주민 A씨는 이곳에서 차를 운전할 때마다 불안하다. 불법 U턴을 하는 차가 워낙 많아 사고가 날뻔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A씨는 "U턴 지점이 차량흐르에 맞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어 반대쪽 도로로 가려면 한참을 돌아야 한다"며 "때문에 일반 차량은 물론 시내버스도 불법 U턴을 할 정도다.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교통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했다.

경북 도청신도시가 2016년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한 뒤 2년이 훌쩍 지났지만, 교통체계는 도시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U턴 지점이 현실적인 교통흐름과 맞지 않아 불법 U턴이 잇따르는 데다 도시 내 교통신호등도 밤이 되면 점멸등으로 바껴 사고 위험이 큰 실정이다.

도청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좌회전 신호 때 아파트 출입구로 좌회전할 수 있지만 신호 대기 시간이 길다 보니 차량 통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 때엔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는 경우가 적잖다. 윤영민 기자
도청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좌회전 신호 때 아파트 출입구로 좌회전할 수 있지만 신호 대기 시간이 길다 보니 차량 통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 때엔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는 경우가 적잖다. 윤영민 기자

그런가 하면 일부 도로는 출퇴근 시간 때마다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이 빚어지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차량 통행이 많은 아파트 단지와 상업지구 내 편도 3차로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아예 한 차로를 점령하고 있어 차량 정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특히 상업지구의 번화가 네거리 대부분은 1차로가 좌회전 전용 차로로 지정돼 있어 직진 차들은 2차로 한 차로밖에 사용할 수 없어 직진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3차로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게 뺏겨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도시 아파트 한 주민은 "출퇴근하는 주 도로와 아파트 차량 출입구가 연결돼 있다 보니 신호를 받아야 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어 출퇴근 시간대만 되면 차량 혼잡이 극심하다"며 "때문에 차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차량이 밀리고, 반대로 차량이 별로 없는 시간대엔 신호 대기에 긴 시간을 들여야 해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더 큰 문제는 지금도 교통체계가 열악한데 도청신도시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도청신도시에는 주민등록인구는 1만1천599명이지만 실제 살고 있는 주민은 1만6천270명에 달한다. 지난해 8월 말 주민등록인구가 5천589명, 실제거주인구가 9천800여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예천경찰서에 따르면 신도시 내 교통사고 역시 2016년 26건에서 지난해엔 42건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도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교통신호 체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로 신호등은 신도시 초기의 차량 통행량 통계에 맞춰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점멸 신호로 운영되고 있다.

신도시 한 주민은 "오후 10시가 넘으면 도로는 과속하는 차들로 레이싱장을 방불케 하는데 8차로 대로마저 너무 일찍 점멸등으로 바뀐다"면서 "출근길에 밤 사이 사고 난 차들의 흔적이 자주 발견된다. 신도시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 대형 인명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도청 한 공무원도 "계획도시인 신도시에, 그것도 아파트 입주도 덜 된 상황인데도 벌써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올해 입주 예정이거나 현재 짓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도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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