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인구절벽 시대, 지방대학과 지역기업의 미래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2024년 고교 졸업생 40만명 예상
경쟁력 없는 대학은 문 닫을 처지
입학정원 조정 등 지방대학 평가
'지역사회 균형발전 기여' 고려를

2018년 6월 말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323개교를 대상으로 교원확보율수업관리장학금 지원·충원율·취업률 등 교육 여건과 성과를 평가한 것이다. 평가 결과 일반대학 187개 중 120개교, 전문대학 136개 중 87개교(상위 64%)가 예비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됐다. 특별한 부정비리가 없으면 15일쯤 후에 자율개선대학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하위 36% 대학은 입학정원 2만 명을 감축해야 하며 정부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자율개선대학으로 확정되는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며 정부 재정지원도 받게 된다. 대학 생존을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고교 졸업생은 2016년 61만 명에서 2019년 58만 명으로 감소한 후 2024년에는 40만 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대학 진학률은 2008년 83.8%로 역대 최고를 나타낸 후 2011년 72.5%, 2015년 70.8%로 감소하더니 2016년에는 69.8%로 떨어졌으며, 2017년에는 68.9%를 나타냈다.

내년 3월 대학에 입학하는 2000년 출생자는 63만4천 명이다. 2013~2015년 출생자는 43만~44만 명을 유지하다가 2016년 40만5천 명, 2036년 대학에 입학할 2017년 출생자는 35만8천 명으로 줄어들었다. 대학 진학률이 50% 정도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2036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18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전국에는 187개의 4년제 대학과 136개의 전문대학 등 323개 대학이 있다. 4년제 대학의 모집정원은 2015년 37만7천 명, 2016년 36만5천 명, 2017년 35만6천 명, 2018년 35만2천 명, 2019년 34만9천 명으로 5년 동안 2만8천 명을 감축시켰으나 학령인구 감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앞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역에 있는 중견'중소기업에 입사하는 대졸 신규 인력의 대부분은 지방대학 출신이다. 다수의 지방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기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대기아차의 남양연구소에는 약 1만3천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일하고 있으나 대부분 수도권 대학 출신이거나 지역 거점 국립대학 출신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2만~3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고 이 중 주조, 소성가공, 표면처리, 용접, 금형, 열처리 등 6대 뿌리산업 부품이 90% 정도를 차지한다. 자동차부품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안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품이 지역에서 지방대 출신 인력들로 구성된 지방 기업들에 의해 개발되고 생산된다. 지역의 한 중견기업은 대졸 재직자 중 오너 가족 2명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대학 출신이다.

지방대가 사라지면, 지역 기업에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취업을 해 줄 것인가? 지역 기업이 위험해지고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도 위험해진다. 대학의 입학정원 조정이 교원확보율수업관리장학금 지원충원율취업률 같은 지표 외에 지역 기업 혹은 지역사회 기여율 같은 지역 균형발전 기여 관련 지표도 고려되어야 한다. 지방대학이 살아남아야 지역 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7월 중순 방문했던 중국의 베이징현대차는 5개 공장에서 165만 대의 승용차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1만4천76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인 주재원은 1.17%에 불과한 174명이었다. 한국 기업이 중국 청년들의 취업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 기업이 신설되지 않으니 지방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덩달아 지역 기업도 위험해진다. 인구절벽 시대 도래로 지역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약력: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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