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팔공산 구름다리, 강행하기보다는 시민 의견부터 물어야

대구시가 팔공산에 국내 최장(最長) 구름다리를 건설하기로 하고, 조만간 기본설계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구름다리는 팔공케이블카 정상에서 동봉 방향 낙타봉까지 폭 2m, 길이 320m의 현수교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에 시민환경단체는 생태계 훼손 위험성을 제기하며 대구시와 일전불사를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대구시와 시민환경단체,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10여년전 앞산터널 공사를 둘러싼 시위·농성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대구시는 구름다리를 두고 '명물'이 될 것이라고 했고, 환경단체는 '흉물'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팔공산에 체험시설이나 핵심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구름다리 건설로 관광객 유인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팔공케이블카 정상~구름다리~동봉에 이르는 체험형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환경단체의 반발 강도는 매우 높다. 지난해 3월 '팔공산 막개발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백지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구를 상징하는 명산이자 장차 국립공원이 되어야 할 곳에 대규모 인공 구조물을 짓는 자체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구시와 환경단체의 주장, 둘 다 타당성이 있는 것 같아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다만, 문제는 대구시의 태도다. 환경단체가 극렬 반대한다고 해서 사업 내용을 숨기고, 은근슬쩍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대구시가 실시 설계 때 각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공무원끼리 대강 정해놓고 시민을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소리와 같다.

이렇게 논란이 있는 사업이라면 당연히 시민 의견부터 물어야 한다. 공청회를 거치든지, 요즘 유행하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든지 여론수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거기에서 나온 결과물을 들고 사업을 포기할 지, 설계를 바꿀 지 결정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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