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교 영향력 감소, 갈수록 줄어드는 단기출가

대구경북 사찰에는 단기출가 프로그램 없어

대한민국 불교계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수십년 동안 누려온 종교인수 1수 자리도 기독교에 내주고, 불자들의 믿음도 약해지고 있다. 더불어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은 총무원장 사퇴 및 종단 개혁 등으로 내홍을 앓고 있어, 불교 지도자들이 앞다퉈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출가자들도 해마다 현격하게 줄어들어, 2016년 한해 출가자가 200명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51명에 그쳤다. 단기출가 지원자가 줄어들다 보니, 전국 주요 사찰 중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손에 꼽을 정도다. 단기출가 프로그램 지속하고 있는 사찰은 오대산 월정사, 고창 선운사, 남양주 봉선사 등이다. 대구경북은 단기출가 프로그램 자체가 아예 사라졌다. 10년 전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가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지원자가 너무 적어 폐지됐다.

오대산 월정사는 15년째 단기출가학교를 잘 운영하고 있다. 제21기 단기출가학교 입교자들의 수행 모습. 매일신문 DB
오대산 월정사는 15년째 단기출가학교를 잘 운영하고 있다. 제21기 단기출가학교 입교자들의 수행 모습. 매일신문 DB

동화사 관계자는 "10년 전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는데, 깊은 산속도 아니고 속세와 아예 인연을 끊고 불가에 귀의하려는 사람들이 현격히 줄어들었다"며 "요즘은 단기출가을 대신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너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여 년 동안의 단기출가자 감소에 대해, 우리 종단에 자리 잡힌 출가 엄격주의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는 "한 번 출가하면 일생을 출가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환속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생각을 좀 깰 필요가 있다"며 "남방 불교국가에서는 자유롭게 출가와 환속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해서 우리는 출가 엄격주의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은퇴출가 제도를 도입했다. 은퇴출가는 15년 이상 각 사회에서 경력을 쌓았던 분들이 은퇴 후 출가해서 불교계를 위해 봉사·헌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제도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부장 진광 스님은 "잘못 악용될 수도 있지만 은퇴출가를 잘 실시하면 불교계의 출가 문제에 대한 보완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우리나라 불교계에는 오대산 월정사 단기출가 학교가 2004년 9월부터 현재까지 잘 운영되고 있으며, 3천여 명의 수료자와 300여 명의 출가자를 배출했다. 올해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청춘! 나도 출가학교'(1주일 단기 출가체험) 프로그램을 열기도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