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참극이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그것도 평화로울 거 같은 경북 봉화의 면사무소에서 발생했다.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직접적인 이유는 사소한 물 다툼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허술한 총기 관리도 이번 참사 발생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21일 오전 9시 30분쯤 봉화 소천면사무소. 출근한 직원들이 막 업무를 시작할 무렵, 총기를 든 이 마을 주민 김모(77) 씨가 면사무소로 들어와 창구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향해 총을 쐈다.
총 5발이 발사된 가운데 2발은 빗나가 면사무소 유리창을 깼지만 3발은 이곳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손모(48) 씨와 이모(38) 씨 등 2명에게 향했다. 총에 맞은 이들은 닥터헬기로 안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앞서 지난 13일 봉화경찰서에서 찾아온 유해조수퇴치용 엽총을 가지고 소천면 임기리에 살고 있는 승려 임모(48) 씨를 먼저 찾아가 총을 쏴 승려에게 부상을 입힌 뒤 소천면사무소를 찾아갔다. 승려는 다행히 어깨 부위에 총을 맞아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극은 극심한 가뭄이 불러온 물 분쟁이 발단이었다. 애초 2가구가 살던 마을에 2가구가 더 들어와 상수도시설을 같이 사용하게 되면서 물 부족 현상을 빚자 이웃 간에 잦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범인 김 씨는 매번 물 문제로 새로 이사 온 이웃과 다퉜고, 면사무소에 항의도 했다. 그런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김 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총으로 이웃을 협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물 문제와 관련이 있던 면사무소 직원에게까지 총을 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경찰의 어설픈 총기 관리도 이번 사건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수 차례 진정을 했는데도 경찰이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김 씨에게 총기를 내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애꿎은 30, 40대 공무원 2명을 숨지게 하는 비극을 낳았다.
총기 피해를 입은 가족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김 씨가 '면 직원과 주민을 총으로 쏴 죽이겠다'며 수차례 어깨에 총을 메고 찾아와 협박해 경찰에 신고도 했다. 경찰이 찾아와 직접 현장 조사까지 벌이고 진술도 받았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총을 뺐었다가 '증거가 없고 법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총을 내줘 이 사단을 만들었다. '사람이 죽어나가야 정신을 차리겠냐'고 항의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봉화경찰서장은 "지난달 30일 전화로 진정이 들어왔고 31일 정상적으로 진정서가 접수돼 바로 총기를 회수했다"며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정상적인 허가를 무시할 수 없어 총기를 내줄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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