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영화 속 상어, 어떻게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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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가로돈'

소위 '샤크 무비'(상어 소재 영화)는 여름 시즌에 한 차례씩 등장해 고정 팬 층을 공략하는 킬링타임 무비다. 20대의 스티븐 스필버그를 할리우드 스타 감독으로 만들어준 1975년작 '죠스' 이후 상어를 등장시킨 스릴러 영화가 꾸준히 제작됐고, '언더 워터'(2016) '47미터'(2017) 등 최근 수 년에 걸쳐 나온 작품들은 나름 흥행과 평가 양면에서 긍정적인 반응까지 얻었다. 그리고 올해는 메가톤급 상어가 등장하는 영화 '메가로돈'까지 개봉됐다. 초대형 고대 상어를 소재로 삼아 '역대급 괴물 상어'로 화제가 됐다. 개봉 후 내용과 완성도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터져 나온 건 사실. 다만, 반대 진영에서 '단순히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꽤 나오고 있는 편이다. 북미 지역에서의 흥행 성과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일단 샤크 무비의 명맥을 이으며 유사 영화 팬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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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가로돈'

# 초대형 상어로 관객 호기심 자극

메가로돈은 신생대에 살았던 고대 상어다. 약 2600만년 전에 나타나 160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어 자체가 연골어류에 속하는 동물이라 골격 등이 화석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발견된 턱뼈와 이빨 등을 근거로 메가로돈의 실체를 추정하고 있다. 15m 정도의 길이에 10t의 무게를 가진 몸을 가졌던 것으로 예상된다. 백상아리와 유사한 방추형의 몸을 가져 상어류의 조상 정도로 보고 있다. 이미 여러 상어 소재 영화에서 백상아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터라 영화 '메가로돈' 역시 거대한 백상아리 형태로 이 고대 생물의 형체를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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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더 워터'

이미 미국에서 2004년에 '메가로돈'이란 타이틀의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이 영화는 쏟아지는 혹평을 들으며 흥행에도 참패했다. 그 외 TV 시리즈에서 메가로돈을 다룬 적이 있었고 지난 15일 영화 '메가로돈'의 개봉과 함께 이 생물의 실체에 대해 또 한번 대중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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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더 워터'

영화 '메가로돈'은 '쿨 러닝'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히트작을 내놨던 존 터틀타웁 감독이 연출하고 할리우드 액션스타 제이슨 스타뎀과 중국배우 리빙빙 등이 주연을 맡았다. 개봉 전 티저영상이 공개되면서 CG로 만들어진 거대한 상어의 존재 만으로 꽤나 괜찮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집 한 채 정도 크기의 상어가 사람을 노리는 스틸 컷들도 인상적이었다.

개봉 후 반응은 '긍정 반 부정 반' 수준이다. '언더워터'와 '47미터'가 보여준 긴장감을 떠올리며 한층 더 진일보한 샤크 무비를 기대한 관객은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 영화가 중국과 공동제작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란 사실을 몰랐던(홍보 과정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부분) 상당수 국내 관객들은 막상 뚜껑을 열어본 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영화 시작 후 갑자기 등장한 한자, 그리고 제이슨 스타뎀 만큼이나 비중이 큰 중국배우들, 심지어 귓가를 울리는 중국 음악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러 갔다가 중국영화를 보게 된 셈이니 관객들이 놀란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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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투 더 샤크스톰'

내러티브의 완성도가 높았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솔직히 이 영화가 중국 쪽 자본이 대거 투입된 관계로 애매한 결과물이 됐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내러티브의 흐름, 캐릭터 선정 등 영화의 중요한 요소들이 중국 취향을 고려해 만들어졌으며 이 때문에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가 이어지곤 한다. 국내에서도 중국 자본을 끌어다 쓴 영화 '미스터 고'가 현지 투자자들과 관객의 입맛을 배려하느라 막상 한국 관객의 기호에 어긋나는 결과물을 내놓은 사례를 남긴 적이 있다. 상업영화가 자본의 흐름에 따라 적당히 방향을 수정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간혹 지나치게 한 쪽에 치우쳐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안타깝게도 '메가로돈' 역시 '미스터 고'와 유사한 결과를 낳았다. 공동 제작한 중국 배우들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억지스러운 전개로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막상 관객이 기대했던 메가로돈의 활약은 크게 부각시키지 못했다.

# '죠스' 이후 다양한 형태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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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딥 블루 씨'

샤크 무비의 시초는 스필버그의 '죠스'다. 지금 당장 틀어놔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운드 트랙, 그리고 상어의 시점에서 묘사한 긴장감 넘치는 영상,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몰입도 높은 내러티브로 지금까지 유사 소재 영화 중 최고의 완성도란 말을 듣고 있다. 실제로 '죠스' 1편에서 상어가 직접 등장하는 신은 그리 많지 않다. 수면 위로 올라온 지느러미 정도만 묘사하다 중반부가 지나서야 머리 부분을 보여준다. 넉넉하지 않은 제작비 때문이었다. 대신 스필버그 감독은 상어를 자주 보여주지 않고도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비상한 연출로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워낙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인 만큼 그 뒤로 나온 샤크 무비, 그리고 '피라냐'를 비롯해 물 속 생명체와의 사투를 그린 영화들은 '죠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죠스' 시리즈는 4편까지 나왔지만, 스필버그가 직접 연출한 1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혹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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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7미터'

'죠스' 이후 등장한 샤크 무비 중 가장 좋은 반응을 끌어낸 작품은 레니할린 감독이 1999년에 내놓은 '딥 블루 씨'다. 인간이 실행한 실험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고지능 상어가 등장한다. 지능이 높고 힘이 센 상어와 인간들의 일대 결투를 다뤘으며 '죠스'로 인해 만들어진 샤크 무비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 해당 소재의 팬 층을 감싸안고 평론가들의 호평까지 끌어내는 성공을 거뒀다.

2016년작 '언더워터'는 꽤 스릴 넘치는 샤크무비다. 여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혼자서 러닝타임 전체를 끌고 가는 영화로, 젊은 여자가 평화로운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다 상어를 만나면서 고립된 상황을 보여준다. 뛰어난 영상미와 재난 상황에 직면한 인물의 심리묘사가 특히 일품이다. 이듬해 나온 '47미터'는 우주 재난극 '그래비티'의 수중버전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되는 샤크 케이지 다이빙에 도전한 인물들의 탈출극을 그렸다. 샤크 케이지의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47미터 심해까지 떨어진 인물들, 20분 분량 밖에 남지 않은 산소통, 우글거리는 상어. 답 안 나오는 세 가지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이 긴박하게 묘사됐다.

2003년작 '오픈워터'도 추천할만한 샤크무비다. 단, 이 영화를 기존의 샤크무비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선 안 된다. 상어와의 치열한 싸움이라기보다 상어가 우글거리는 바다에 빠진 인물들의 심리극으로 해석해야 한다. 액션보다 은근한 긴장감을 원한다면 챙겨볼 만 하다.

그 외 '인 투 더 샤크스톰' 등의 영화도 있는데, 회오리 바람과 함께 날아오는 상어떼, 심지어 무중력 공간에서 펼쳐지는 상어와의 결투 등 황당무계한 설정으로 우스개거리가 된 졸작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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