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대형 치과병원장 잇단 사망에 환자 100여 명 '치료비 환불' 요구 대란

임플란트·치아교정 등 고액, 장기 치료 받던 환자가 대부분, 정부·달서구청 등에 환불·배상 요구

1일 대구 모 치과병원 입구에 병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일 대구 모 치과병원 입구에 병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한 대형 치과병원 원장 2명이 잇따라 숨지자 이곳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 수백 명이 선납금 보장 등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환자 대부분이 치아 교정 또는 임플란트처럼 고액을 내고 장기간 치료하던 터라 피해액이 클 전망이다.

1일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대구 수성구 한 공원에서 치과의사 A(52)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자신의 명의로 치과병원을 경영하던 중 지난 8월쯤 동업자인 다른 원장 B씨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하자 혼자 경영 채무를 떠안으며 심적 부담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치과의사회 등에 따르면 실질적인 병원 경영자였던 B씨는 개인 채무가 많아 자기 명의로 병원을 개업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학 입학 동기생인 A씨가 병원을 개업하고서 B씨와 수입을 나누는 식으로 병원을 운영해 왔다.

대구치과의사회 관계자는 "숨진 두 원장은 치과의사회 비회원이었다. 이 탓에 치과의사회의 지도·견제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인 형태로 병원을 개업하고 무리하게 경영을 확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원장 2명이 잇따라 숨지자 A원장의 유가족은 채무 등 병원 재산 상속을 포기했고, 남은 병원 직원들은 병원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달 21일 폐업신고를 한 뒤 27일 환자들에게 원장 사망 및 폐업 소식을 안내했다.

그간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 100여 명은 이 같은 소식에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대구 달서구청과 달서구보건소를 찾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환자 대부분은 의료보험 비급여항목인 치아교정, 임플란트 등 치료를 받느라 수백만~수천만원을 미리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은 "일부 피해자는 병원이 신용카드 대신 현금 납부를 요구해 환불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병원 폐업에 따른 피해자가 40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1일 달서구청을 방문한 환자들은 ▷해당 병원을 제3자가 인수할 것 ▷피해 환자의 후속 진료가 어려울 시 피해액을 배상받을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일부 환자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고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달서구청은 환자들 진료기록을 보건소로 이관하고 다른 치과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도록 유도해 후속 진료를 돕기로 했다. 환자들이 신용카드로 지불한 의료비 등은 환불받을 수 있도록 중재할 방침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현재 치과병원 인수 의사를 밝힌 이와 건물주를 만나 인수인계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병원 인수가 원활히 이뤄지면 회생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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