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여자라면, 누구나 꽃과 보석을 좋아한다는 게 통념이다. 비유적으로 여성을 가리킬 때도 장미꽃 같다거나 진흙 속의 보석 같다거나 하면서 손쉽게 꽃이나 보석을 끌어다 붙이지 않던가. 막상 보석과 꽃을 두고 하나를 선택하라면 물을 필요도 없겠지만.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평소 상류사회를 동경하던 말단관리의 아내가 화려한 파티에 초대받아 부유한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로 치장하고, 그 밤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기분이 다락같이 고무됐는데, 그만 보석목걸이를 잃어버린다. 엄청난 빚을 내서 똑같은 목걸이를 구해 돌려주고, 이후 십년간 온갖 궂은일을 다하며 빚을 갚아나간다. 쓰라린 세월이 흘렀고, 미모는 간데없어졌다. 우연히 만난 옛 친구가 못 알아볼 만큼. 그런데 사연을 들은 그 친구가 안타까이 말하길, 그때 빌려줬던 그 목걸이는 가짜였다는 것이 아닌가. 분에 넘치는 보석을 탐낸 여인의 허영심, 어리석음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결말로 막을 내린 것이다.
보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사실이든 소설이든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오페라에도 있다. 프랑스 대표 작곡가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는 보석에 홀렸다가 비극으로 내몰린 여인이 등장한다. 그 이름 마르그리트. 작품 속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산 파우스트가 아름다운 마르그리트에 반해서 그녀를 꾈 때 악마의 조언대로 보석을 이용한다. 얄궂게도 보석 옆에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던 청년이 먼저 두고 간 꽃다발도 함께 놓여있었는데, 여인은 보석에만 눈길이 간다. 떨리는 손으로 화려한 보석들을 귀에 걸고 목에 두르며 스스로를 마치 공주 같다고 감탄하는 여인의 노래가 귀에 쏙 들어온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보석의 노래'이다.
악마는 알고 있다. 여인은 꽃보다 보석을 선택한다는 것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보석보다 꽃을 선택해야한다고 일러준다 해도 눈앞에 꽃과 보석이라는 선택지가 놓인다면 갈등하지 않을까. 어느 날, 이렇게 하나마나한 공상에 잠시 잠겼다가 서둘러 빠져나왔다. 보석은커녕 꽃 한 송이 받아본 적이 언제이던가. 차라리 오페라 '파우스트'를 다시 보며 작품 속 '보석의 노래'가 좋은가, 청년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꽃의 노래'가 더 좋은가 재는 것이 알차겠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이번 주말, 구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준비한 렉처오페라 '파우스트'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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