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자계주 마라톤 19세 선수 투지
넘어져 구간 종점까지 기어서 골인
자기 몫 완수 못하면 남에게 폐 끼쳐
'메이와쿠'(迷惑) 않도록 '와'에 최선
마라톤 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지난 주말에도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있었고, 우리 집 앞을 달리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우리와 같이 사계의 아름다움을 가진 일본도 지금이 마라톤 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지난 10월 21일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전 일본 실업단 여자계주 예선전이 있었다. 42.195㎞를 6개 구간으로 나누어서 이어달리기하는 경기인데 모두 27개 팀이 출전했고, 상위 14개 팀만 본선에 진출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사실 이런 대회가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겠는가만, 어린 한 선수의 모습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했다.
이와타니 사업 소속 이이다 레이(飯田怜) 선수가 제2구간을 달리다가 넘어졌다. 그 충격으로 오른발 골절상을 입었고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다음 이야기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19살 어린 선수는 구간 종점 약 200m를 더 남긴 지점에서 두 손과 두 발로 아스팔트를 기기 시작했다. TV 카메라는 그녀를 쫓았고, 현장 담당자는 조용히 그녀의 옆을 지켰다. 감독은 대회 본부에 기권하겠다고 한 모양이지만, 이이다는 이 방법밖에 없고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묵묵히 기어갔다. TV 중계 아나운서는 "힘내라 이이다!"라는 성원을 보냈고, 다음 주자는 눈물을 닦으면서 긴 시간 그녀를 바라보면서 기다렸다. 한 손에는 다음 주자에게 넘겨야 할 어깨띠를 꽉 쥐고, 무릎은 까지고 피가 맺혔다. 급기야 어깨띠를 넘기고서야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도 조용히. 어깨띠를 받은 다음 주자는 꼴등이지만 뛰었다. 순간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드라마가 아니다. 그래서 감동도 하고 화도 났다. 무엇이 이렇게까지 하게 했을까. 이이다는 최소 3, 4개월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고, 무릎에는 후유증이 있었다. 병원을 찾은 감독에게 이이다는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다는 뒷이야기도 들렸다.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배턴을 넘기는 프로 정신에 감동했다"는 글이 대다수이지만, "주최 측은 왜 중지시키지 않았는가"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를 탓하는 소리도 있다.
일본을 일컬어 '일'(日)이라고 하지 않는다. '와'(和)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 음식을 '와쇼쿠'(和食), 다다미방을 '와시쓰'(和室), 기모노를 '와후쿠'(和服)라고 한다. 우리가 잘 먹는 '화과자'는 일본의 전통 과자이다. 이렇게 '와'는 일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604년 일본 최초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17개조'가 제정 반포되었는데, 그 제1조가 '와(和)를 존중하라'였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일본을 지배한 이념이며 일본인의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한 '와'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원복 교수는 '먼나라 이웃나라-일본'에서, 일본은 섬나라인지라 '와'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고 풀었다. 사방이 바다라 도망갈 데가 없는 섬나라 사람들은 '와=사이좋게 지내다'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게 되면 결국 모두가 망한다. 그러니 사람과 사람은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여 안정된 사회를 만들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자리를 정확하게 지키고 자신의 맡은 몫은 완벽하게 해야만 했다. 만약 누구 하나라도 제 몫을 완수하지 못하면 사회는 무너진다. 제 몫을 완수하지 못하면 바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되고, 이것이 '메이와쿠'(迷惑)다. 그러므로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메이와쿠'가 되지 않는 행동을 최우선한다.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이다 선수의 투혼은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만 말하고 싶지 않다. 잘잘못을 따지는 여러 말이 많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이런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아야 한다. 나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한 그녀에게 마냥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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