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교육, 부모됨의 길을 묻다] 예술․체육으로 밥 먹고 못 산다?

고희전(대구예담학교장)
고희전(대구예담학교장)

BTS, 방탄소년단! 전 세계를 달구고 있는 K팝 그룹이다. 최근 UN총회 연설과 미국 타임지 표지 모델로 기성세대들에게도 잘 알려진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이다. BTS에 웃고 우는 전 세계 팬들의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BTS는 Beyond The Scene, 첫머리 글자를 딴 이름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란다.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BTS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BTS 아이덴티티의 중심이고, 인생에서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BTS의 인터뷰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듯 하여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기성세대가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면,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까'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기성세대와 달리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시대에 태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고 있다.

2017년 통계청의 '대학진학 희망계열 유형별 희망률'을 보면, 예체능계열이 18.4%로 1위이다. 공학계열 17.8%, 인문계열 14.5%을 앞선다. 기성세대들이 취업과 안정성 위주로 진학했던 시대와 비교하면 시대적 가치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1위~10위까지가 모두 예술․체육 관련 직업군이다. AI시대에 자동화로 직무가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직업군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희망하는 직업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여전히 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무원, 대기업 회사원 같은 사무직종에 종사하기를 원한다. 이들 직종은 미래사회에 사라질 위험성이 높은 직종이기도 하다. 우리 자녀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경쟁자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일지도 모른다. 미래학자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자녀들의 미래에 대해 부모의 인식이 바뀌어야함을 주문하고 있다.

2017년 3월 1일 전국 최초로 예술․체육 진로맞춤형 위탁학교인 대구예담학교가 개교했다. 뒤늦게 예술․체육 계열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설립된 학교다. 공교육의 변화와 발전의 기대까지 담은 대구예담학교에는 현재 고3 전일제와 고2,3 방과후형에 음악, 미술, 체육 전공 분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400여명의 열정 가득한 배움이 넘쳐나고 있다.

대구예담학교 학생들의 표정은 매우 밝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공부,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구예담학교 상당수의 학생들이 예체능 계열로 고교 진학을 원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좌절했다고 한다. 그런 학생들이 뒤늦게 대구예담학교에 와서 자신의 꿈을 위해 끼를 펼치고 있다. 기성세대 부모들의 진로 결정이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다시금 고민해 볼 일이다.

BTS를 넘어 우리 대구예담학교 학생들이 펼치고 있는 끼와 꿈은 문화예술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출구와 희망이 되고 있다. 이렇게 지금 아이들은 자신이 즐겁게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이를 통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한다. 이렇게 아이들의 꿈은 달라지고 있다.

기성세대 가치로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지원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시대의 물음에 학부모들이 답해야 할 차례이다.

고희전(대구예담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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