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동네 우리신협] 광희신협, 동대문시장 찾아다니며 야간 집금

광희신협은 이상하다. 금융기관이라면 길가에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게 통념이다. 그런데 서울 동대문시장 인근 디오트쇼핑몰 5층에 자리잡고 있다. 외양은 그다지 잘나가는 신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신협은 서울지역 경영·사업평가 대상 2연패를 하는 등 서울에서도 손에 꼽히는 우수 조합이다. 실제 당기순이익도 올해 9월 기준 9억2천600여만원으로 지난해 4억8천600만원, 2016년 1억4천만원 등 해마다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렇게 '잘나가는' 광희신협이지만 여느 성공신화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오히려 2006년 지금의 자리에 들어오기까지 13년간 온 발이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자갈밭을 걸었다. 광희신협은 1993년 7월 신협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동대문의류시장 상인들이 뜻을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상가 건물 지하주차장 한 켠에서 매연을 맡으며 일했다. 옥상 귀퉁이에 세 든 적도 있다. 경영실태 평가도 좋지 않아 3개월에 한 번 감사를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랬던 광희신협이 본격 성장 가도에 들어선 것은 2000년부터다. 이 무렵 광희신협이 시중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경쟁 상대가 갖지 못한 비교우위 강점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

광희신협은 다수 조합원이 심야 영업이 많은 동대문시장 상인이라는 점에서 착안, 1998년부터 야간 집금업무를 시작했다. 야간지점 직원 3명이 오후 11시 30분에 출근한다. 이들은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시장을 누비며 조합원을 찾아가 돈을 받아 대신 입금해 주거나 공과금을 납부해준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조합원에게 맞춤 금융 상담을 해주는 것은 덤이다.

광희신협의 강점은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일이 조합원들을 찾아다니며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해준다는 점이다. 동대문시장 상인을 방문한 직원이 수금하는 모습. 광희신협 제공
광희신협의 강점은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일이 조합원들을 찾아다니며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해준다는 점이다. 동대문시장 상인을 방문한 직원이 수금하는 모습. 광희신협 제공

사실상 전 조합원이 프라이빗 뱅킹(은행·증권회사 등의 금융기관이 거액 자산가에게 제공하는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 서비스를 누리는 것. 이러한 야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협은 전국에서 광희신협이 유일하다.

이하석 광희신협 이사장은 "무식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발로 뛰는 것이다. 은행이라는 공룡과 경쟁하려면 비록 직원들이 힘들더라도 발로 뛰어서 조합원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인 광희신협. 광희신협 제공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인 광희신협. 광희신협 제공
2019년 공제목표 조기달성 발대식에 참석한 임직원들. 광희신협 제공
2019년 공제목표 조기달성 발대식에 참석한 임직원들. 광희신협 제공

김영남 광희신협 전무도 "직원 한 사람이 매일 밤 조합원 100~120명을 찾아다닌다"며 "조합원과 직원이 매일 정을 나누다 보니 친밀도가 높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믿고 금융상품에 가입해주거나 스스로 나서서 주변 상인에게 입소문을 내고 권유도 하면서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광희신협은 출자금이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출자금은 61억원인데 지난해는 55억원, 2016년 43억원, 2015년 28억원이었다.

이오재 광희신협 상무는 "신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서민과 영세 상공인, 지역사회를 돕고 함께 성장하는 곳이다. 그래서 신협 활동으로 발생한 수익 대부분은 조합원 배당과 '소외계층 백미전달운동', '노인잔치' 등 사회공헌을 통해 환원하고 있다"면서 "이런 점도 조합 성장의 동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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