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멋있게 사는 방법의 하나로 악기를 하나쯤은 다루고 싶어 한다. 4년 전 교직에서 은퇴한 윤옥숙(68) 씨 역시 드럼이나 색소폰, 기타, 하모니카를 멋지게 연주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배우게 된 것이 하모니카다. "다른 악기가 흉내낼 수 없는 오묘한 소리를 혀로 장난치는데 반해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하모니카 봉사단에 소속돼 호스피스 병동이나 노인복지센터, 경로당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단원들과 함께 4년째 재능 나눔을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은 파티마병원과 영남대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방문해 환자와 간호사,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동요부터 가곡, 트로트, 팝송 등을 연주한다. 특히 생일을 맞은 환자에게는 생일축하곡을 연주해주고, 크리스마스 때는 캐럴도 들려준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이들은 몸도 마음도 아프고 지친 사람입니다. 세상과 이별을 앞둔 환자도 보호자도, 간병인도 처져 있다. 그래서 밝은 곡을 연주하면 분위기도 좋아진다"고 했다.
윤 씨는 초창기 봉사 때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울컥해서 하모니카를 불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은 익숙해져 괜찮지만 처음에 호스피스 병동 등에 연주봉사를 가면 거기에 계신 분들이 엄마, 아버지 같은 느낌도 들고 저분들이 미래의 나라고 생각하니 울컥해서 연주가 힘들더라고요. 어느 날, 연주하는데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이 옛날 기억이 나셨는지 선율에 따라 춤도 추시고 노래도 따라 부르시더라고요. 위로하러 갔다가 되레 위로 받고 더 많이 느끼고 배우고 돌아옵니다. 하모니카 연주로 누군가를 치유하는데 도움을 주고, 행복을 공유하는 봉사자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환자가 연주에 맞춰 발가락으로 장난을 맞추며 리듬을 타는 거예요. 코끝이 찡해 오면서 가슴이 저려오던지…또 신청곡 받아 다음에 가보니 침대가 비어 있으면 가슴 아프다"고 했다. "
윤 씨는 실력도 인정받아 지난 9월 말 달성군 사문진 상설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에 100명으로 구성된 하모니카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 씨는 "하모니카는 배우기 쉽고 비싸지도 않으며 휴대하기도 편리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연주하기도 좋다. 하모니카를 불면 음향이 입에서 뇌로 전달돼 자기 만족감이 들고 정서적으로 치유가 된다"며 하모니카 예찬론을 펼쳤다.
윤 씨는 이어 "하모니카는 악기하나로 독주, 중주, 오케스트라까지 연주할 수 있다. 또 악기 중에 유일하게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고 하면서 다른 음을 내는 악기다. 이 때문에 심폐기능이 좋아져서 시니어에게 좋은 악기라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윤 씨는 하모니카를 배운 이후로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했다. 교사 때보다 더 바쁘게 산다. 그 어떤 약속보다 하모니카 모임이 우선이다.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고마운 악기다. 가끔 친구나 가족모임에서 연주도 한다. 특기 하나 갖추니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마지막으로 "공연은 늘 떨리지만 봉사단원들과 함께 사회를 밝게 하고 다른 이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하모니카 소리는 정말 곱다. 단원들과 연습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른 시니어에게 취미로 하모니카를 권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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