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론
2016년 '혐의 없음' 회신 뒤집어
정부 오락가락이 가짜 뉴스 온상
국민 냉소와 국가 신뢰 추락 자초
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가 총액 22조원이 넘는 삼성바이오 주식은 즉시 거래가 정지되었다. 상장 폐지까지 거론된다.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회사 지위 변경 등 회계 문제는 논외로 하자.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내가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관심은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태도와 국가의 신뢰 추락에 있다. 금감원은 2016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를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혐의 없음'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지금과는 180도 다른 결론이다. 엄청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거슬러 올라가면 더 어처구니없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회계처리 기준 변경 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금감원, 금융위, 거래소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두 번이나 문제없다고 한 것이다. 과거 대형 분식회계 사건처럼 몰래 저지른 부정행위도 아니다. 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바꾼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믿고 투자한 8만여 명의 소액주주 등은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온 셈이다. 나중에 상장 폐지를 하지 않으면 그나마 고마워해야 할까.
삼성바이오에 비해 사소한(?) 소식도 있다. 1979년 설립된 삼우건축사사무소는 삼성의 주요 건축물 설계를 거의 독점했다. 그 덕에 삼우는 국내 최대 건축사 사무소로 성장했다. 2014년 삼성물산이 설계 부문만 인수하면서 삼우는 삼성 계열사가 되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조사 결과 삼우가 설립 때부터 30여 년간 죽 삼성의 위장계열사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계열사 신고 누락 혐의로 당시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과거 두 차례 조사에서도 밝혀내지 못했던 의혹을 '이번에' 확인한 것이다.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면 처벌은 당연하다. 삼성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필요하면 상장 폐지도 불사해야 분식회계를 근절할 수 있다. 위장계열사를 통해 특혜를 누렸다면 이익 환수 등 합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능한 탓인지, 조사를 소홀히 했는지, 아니면 기업과 유착한 결과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사실 이런 어지러운 반전은 한두 번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여러 차례 뒤집은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검찰이 어제와 오늘 완전히 다른 수사 결과를 내놓는 어이없는 광경도 숱하게 목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등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감사나 수사를 맡았던 사람들이 처벌 혹은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 그러니 정권이 교체되면 '알아서 긴' 결과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입시 철이다. 선생님들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오답노트'를 만들도록 권장한다. 틀린 문제는 정답만 확인하면 안 된다. 왜 틀렸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틀리지 않을 수 있다. 금감원, 감사원, 공정위, 검찰 등 이른바 힘 있는 권력기관들에 '오답노트'를 의무화해야 한다. 어제와 다른 정답을 오늘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육하원칙에 따라 관련자를 적시하고 과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반드시 설명하게 해야 한다. 고의 혹은 허술한 업무 처리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결과를 양산한 당사자가 책임을 지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만 늘어날 뿐이다. 정부의 오락가락이야말로 이른바 가짜 뉴스의 온상이다. 불신이 커지면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오늘의 정답이 나중에 또 바뀌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세 폐지해라"…이재명 블로그에 항의 댓글 1만여개 달려
탁현민 "나의 대통령 물어뜯으면…언제든 기꺼이 물겠다"
尹, 한동훈 패싱 與 지도·중진 ‘번개만찬’…“尹-韓 앙금 여전” 뒷말
김건희 여사, '디올백' 소유권 포기…국가 귀속 의견서 제출
“환자 볼모로 더 이상 집단 행동 안된다”…환자 보호자 “하루빨리 협상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