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다시 성 대결 번진 '이수역 폭행'…"혐오 멈추고 차별 없애야"

너무 쉽게 튀어나오는 '과격혐오' 발언…"가부장 문화·피해의식이 원인"
전문가들 "머리 맞대고 차별적 사회구조 개선 나서야"

'이수역 폭행' 피해자로 주장하는 여성이 게시한 피해 증거사진. 연합뉴스

남성과 여성 일행이 주점에서 벌인 '이수역 폭행' 사건이 남성과 여성 간 혐오로 번지면서 또다시 성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건 당사자인 여성은 상대 남성들에게 폭행당해 다쳤다며 여성 혐오(여혐) 범죄임을, 남성은 여성이 남성 혐오(남혐) 발언을 하며 시비를 걸고 먼저 손으로 때렸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이 반복되면서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18일까지도 사건 실체가 밝혀지기는커녕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만 커지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서로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남녀 갈등은 끊이지 않았고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혐오와 여기에서 나오는 보복성 행동은 더 큰 혐오와 갈등을 부른다. 상대에 대한 증오를 멈추고, 지금 같은 혐오를 가져온 원인과 잘못된 사회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되풀이되는 갈등을 끝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혐오(嫌惡)는 최근 개인 간 혐오를 넘어 여성과 남성이 상대를 겨냥한 사회적 혐오 등 집단적 혐오 표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수역 주점 폭행 당사자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남성 성기를 일컫는 비속어를 사용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혐오 논란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치녀', '한남충' 같은 단어가 대표적인 혐오 표현"이라며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에서 혐오 발언들이 나타나며 이수역 폭행 사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남녀 갈등으로 번진 이수역 폭행사건을 계기로 혐오 표현이 횡행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서로를 매도하는 집단적인 혐오 표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혐오에 집착하는 것은 병적인 현상"이라며 ""남혐이나 여혐 등 모든 극단적인 혐오를 멈춰야 한다. 남혐은 괜찮고 여혐은 안 된다는 것은 오해와 오류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차별받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혐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 권위주의적 문화, 부실한 청소년 교육, 어려운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소가 혐오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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