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향촌문화관 기획전 김미련 '랜덤그리드, 랜덤대구'전

향촌문화관 기획전시
향촌문화관 기획전시 '랜덤그리드, 랜덤대구' 전 작품.

무술(戊戌)년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물 빠져나가듯 지나가 버렸다. 언제나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다짐하지만 과거 또한 기억의 창고 안에서는 현재처럼 맴돌 때가 있다. 대구의 기억창고라면 어디일까? 중구에 자리한 향촌동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바로 이 향촌동을 모티브로 기억의 창고 문을 활짝 열어젖힌 곳이 있다.

향촌문화관이 기획전시하는 설치미술 '김미련 랜덤그리드, 랜덤대구'전이 그것이다. 향촌문화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4월 7일(일)까지 열린다.

작품 '랜덤 도시-다시 걷기'는 3개의 라이트 패널 위위 사진과 보행기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영상이 반복되고 있다. 순종황제어가길을 보행기 모니터를 밀며 걷는 퍼포먼스를 통해 장소와 공간의 역사적 기억을 소환하고 되묻는다.

작품 '사물금고 1.2'는 투명볼 안에 메달과 총이 있고 LED불이 빛나고 있다. 메달과 총은 구 상업은행의 금고 안을 부유하며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진동한다. 그 역사적 배경은 현재의 향촌문화관이 1912년 선남은행으로 조선인과 일본인 공동 출자로 출발했고 1920년 일제의 자본을 조선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노골적인 식민지 수탈정책을 펼친 곳으로 이후 한국상업은행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1976년 신축돼 현재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

작품 '사물금고 4'는 근현대사의 시간여행을 동반하는 매개물로 대구 읍성터의 돌, 다리미, 호패, 가죽도구, 경찰배지, 빨래통, 벽보, 두루박 등을 3D프린트 조각으로 복원했고 역사의 상처와 오류를 씻어낸다는 상징적 의미로 소금을 바닥에 뿌려 놓았다. 특히 빨간구두는 향촌동 수제화 골목의 마스코트로 향촌동 문화의 대표적 구성물로 자리하고 있다.

설치 미술가 김미련은 대구근현대사의 주요 발자취를 담고 있는 장소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다시 걷고, 지우는 수행적 행위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인 현상인 도시재생과 공동체의 관계에 대한 가치문제를 질문해보고 다른 시점의 서사를 상상해보고자 이번 '랜덤그리드, 랜덤 대구'전을 마련했다. 문의 053)661-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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