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권력과 이권을 같이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월례회동에서 강조한 얘기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치고는 강도가 셌다. MB가 누구를 염두에 두고 이런 멘트를 날렸는지 설왕설래가 분분했지만 얼마 후 정두언, 정태경, 남경필을 지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MB정권 창업 공신인 이들 3명은 이상득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며 권력 내부 싸움을 벌이던 와중이었다. 누가 MB에게 3명의 비리를 부풀려 보고했을까? 이들을 사찰한 것은 국무총리실 공직지원윤리관실이었지만, 누가 보고한 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다수 민간인, 여야 정치인을 사찰해 파문을 일으킨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이어진다.
정권의 민간인 사찰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정권 안위에 관련된 일인 만큼 불법 사찰의 유혹은 끊을 수 없는 '마약'과 비슷한 모양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에는 사찰이 노골적이고 광범위해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지만, 노무현 정부 때에도 그 강도는 약했을망정 불법 사찰 논란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신시대를 회고하며 정보사찰기관의 행태를 이렇게 기억했다. "유신정권이 정보부, 보안사, 경찰 등 정보원을 많이 거느리다 보니 그들끼리 경쟁이 생겨서 새 정보가 안 나오면 지어내서라도 보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보 활동을 하는 자가 상부의 의중 희망 사항을 알고 구미에 맞게 쓰면 벌써 역기능이 생긴다." DJ의 말처럼 사찰기관이 권력의 보위기구로 움직이면 폐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전직 총리 아들, 은행장, 특정 민간회사 동향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청와대는 특별감찰반에서 쫓겨난 인물의 개인 일탈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언젠가 의혹이 밝혀지겠지만, 권력의 속성에 미뤄 청와대의 반박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3년 후 정권이 바뀌면 사건 관련자들이 뒤탈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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