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혈관성 치매, 혈액검사로 초기 진단 길 열었다"

칠곡경북대병원 신경과와 경북의대 약리학교실 연구팀, 바이오마커 단백질 발견
기초분야와 임상 연계 연구 성과, 올해만 두번째 치매 진단용 특허 등록

칠곡경북대병원 신경과 이호원 교수
칠곡경북대병원 신경과 이호원 교수
칠곡경북대병원 신경과 고판우 교수
칠곡경북대병원 신경과 고판우 교수

"영상학적 자료(MRI)와 임상증상 소견으로 판단하는 혈관성 치매를 혈액검사를 통해 초기단계에서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신경과 이호원, 고판우 교수와 경북대학교 의대 약리학교실(석경호 교수, 김재홍 박사과정)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혈관성 치매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인 '리포칼린-2' 단백질를 발견하여 지난달 최종 특허 등록을 마쳤다.

경북대 의대 약리학교실 석경호 교수
경북대 의대 약리학교실 석경호 교수
경북대 의대 약리학교실 박사과정 김재홍씨.
경북대 의대 약리학교실 박사과정 김재홍씨.

연구팀은 올 1월에도 '혈액 내 CHI3L1 발현 수준을 이용한 정상압수두증 진단용 조성물과 진단 마커 검출방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이번 성과로 한해에만 2건의 특허를 연속적으로 취득해 뇌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혈관성 치매와 정상압수두증은 모두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이번 특허는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혈관성 치매에 대한 향후 진단 키트 개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혈관성 치매란?

혈관성 치매는 뇌동맥 경화로 인한 뇌혈류의 감소, 혹은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지기능의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1%가 혈관성 치매로 진단받았으며, 전체 치매 진단 환자의 약 25~33%정도를 차지한다.

증상은 뇌 손상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흔히 알려진 기억력 저하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기능 수행이 어렵고 언어 등 다른 영역의 인지기능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혈관성 치매는 임상증상과 뇌 영상의 시공간적 연관성을 평가하여 진단한다. 하지만 뇌 영상의 경우 시간적 관련성을 증명하기가 어렵고, 임상증상의 경우도 연령 증가에 따라 생기는 인지기능 저하와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 전적으로 임상의사의 판단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진단의 어려움은 임상연구에도 제한을 주게 되어 현재까지 혈관성 치매에 뚜렷한 치료약물이 없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위험인자의 관리와 혈관질환 예방적 치료가 최선이다.

혈관성 치매란 뇌혈관 질환에 의해 뇌조직이 손상을 입어 치매가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오른쪽 혈관성 치매 환자의 뇌는 정상인의 뇌와 큰 차이를 보인다. 채널A 방송화면 캡처
혈관성 치매란 뇌혈관 질환에 의해 뇌조직이 손상을 입어 치매가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오른쪽 혈관성 치매 환자의 뇌는 정상인의 뇌와 큰 차이를 보인다. 채널A 방송화면 캡처

◆ '리포칼린2' 바이오마커 개발 과정

칠곡경북대병원 뇌신경센터와 경북대 의대 약리학교실 연구팀은 기초에서 임상으로 연계되는 중개연구의 장점을 활용해 오랫동안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여 왔다.

연구팀은 기초 연구를 통해 '리포칼린-2' 단백질이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의 퇴행성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특히 뇌허혈, 뇌염증과 같은 손상 과정에서 '리포칼린-2' 단백질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흡연, 비만과 같은 여러 위험인자를 뇌혈관질환과 공유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두 질환의 특징이 모두 보이는 혈관성 치매에 주목했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임상정보와 시료를 확보하는 동시에 쥐 실험 모델을 구축하여 뇌 성상세포에서 유도된 '리포칼린-2'가 뇌 기억 저장에 관여하는 해마의 손상과 인지기능 저하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 임상시료를 이용한 연구에도 정상 대조군에 비해 혈관성 치매 환자군에서 '리포칼린-2' 단백질의 발현 수준이 유의하게 증가하여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성과는 기초와 임상이 연계된 연구팀의 시너지 효과로 일반적인 세포, 동물실험에 국한된 연구결과가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의 유용성까지 검증한 것으로 특허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오마커 특허 기술 가치와 시장성

세계적으로 바이오마커의 개발은 새로운 진단법의 개발, 신약 개발의 주요한 연구 수단이 되고 있다. 유럽만 하더라도 바이오마커 분석 시장의 매출규모는 2009년 7억8천만 달러이며 연평균18%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치매 국가책임제와 연관하여 치매의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의 개발과 연구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치매 연구와 치료제 개발은 발병 빈도가 높은 알츠하이머병에 집중되어 있으나 치료제와 백신개발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치매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으며, 이러한 연구에서 필수적인 것이 진단 특이적인 바이오마커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의 '리포칼린-2' 바이오마커의 개발은 질환의 진단 마커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향후 이러한 연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세계적으로 치매 치료제 시장은 10조8천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약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네페질, 메만틴,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 4가지 약제 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혈관성 치매 치료제로 승인된 약제는 없어 해당 질환 분야의 시장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의 고판우 교수는 "현재 앞선 특허기술인 정상압수두증 관련 바이오마커 CHI3L1 단백질의 기술 이전을 눈 앞에 두고 있고, 이번 특허인 리포칼린-2 수용체와 경쟁적으로 결합하는 펩타이드 후보물질을 제작하여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평가중"이라고 밝혔다.

※(키워드) 바이오마커(bio-marker)=단백질이나 DNA, RNA(리복핵산),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인체의 정상 또는 병리적인 상태, 약물에 대한 반응 정도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암을 비롯해 뇌졸중, 치매 등 각종 난치병을 진단하기 위한 효과적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정 질환에 대한 진단 키트 상용화와 신약 개발 과정에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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