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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지하철 객실 40도 찜통…에어컨 없는 '튜브' 130년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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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건설 고심도 노선, 구조적 한계…냉방 열차 전체 도입엔 '수십 년' 소요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에서 단전이 발생한 8일 용산역 승강장이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하차한 출근길 시민과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로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에서 단전이 발생한 8일 용산역 승강장이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하차한 출근길 시민과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로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유럽을 강타한 폭염이 중부 유럽으로 세력을 넓히는 가운데, 영국 런던 지하철 고심도 노선 '튜브'의 객실 내부 온도가 한때 40도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의뢰를 받은 열화상 전문 컨설팅 기업 'TI 서멀 이미징'이 지난달 런던 지하철 피카딜리선을 열화상 촬영한 결과, 열차 바닥 온도는 최고 40도에 달했다.

런던 교통공사(TfL)는 폭염 기간 중 시민들에게 이동 경로를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당부했지만, 베이컬루·센트럴·주빌리·노던·피카딜리·빅토리아·워털루&시티선 등 7개 노선에는 에어컨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다. 한국에서 지하철 에어컨이 없다는 것은 이미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됐지만, '신사의 나라'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는 이것이 현실이다.

1863년 개통된 런던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로, 그 연혁 탓에 상당수 노선에 냉방 장치가 없다. 여름철 승강장 평균 온도는 30도를 넘기 일쑤이며, 승객과 직원들이 현기증과 탈수 증세를 호소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1890~1900년대 건설된 고심도 노선은 지표면에서 약 40m 이상 깊은 곳에 조성된 데다 터널 폭이 좁아 냉방 장치를 설치하기 쉽지 않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100년을 훌쩍 넘긴 심층 터널에서는 일반적인 에어컨 시스템 설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객실에서 열을 빼낼 경우 그 열이 승강장으로 방출돼 플랫폼이 더욱 뜨거워질 수 있다는 점도 엔지니어들이 지적하는 기술적 난제다.

현재 런던 지하철 전체 노선에서 냉방 장치를 갖춘 열차는 약 190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2017년 6월 이후 9년 동안 신형 냉방 열차를 단 한 대도 추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냉방 열차 190대는 모두 지표면에 가까운 디스트릭트선과 서클선 등 저심도 노선에만 투입돼 있다. 고심도 노선 이용객들은 사실상 냉방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된 셈이다.

TfL은 피카딜리선 신형 차량을 고심도 노선 최초의 에어컨 열차로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차량 투입은 연기돼 2026년 하반기 이전에는 운행이 시작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1973년 도입분 이후 한 번도 차량을 교체하지 않은 피카딜리선이 고심도 노선 중 최초로 신형 냉방 열차를 갖추게 될 전망이지만, 고심도 노선 전체 구간에 냉방 열차가 도입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도입된 노던선과 주빌리선 열차는 현재로서도 교체 예정이 없으며, 1972년 마지막으로 새 차량을 도입한 베이컬루선과 1992년 도입분이 마지막인 센트럴선·워털루&시티선은 냉방 열차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자금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지하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오랫동안 에어컨이 필수품이라기보다 사치품에 가까웠다. 온화한 여름 기후, 높은 전기료, 환경 부담, 미국식 과소비에 대한 거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유럽 전역이 40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영국 런던 일부 지방의회는 보존구역 내 주택에 설치된 에어컨을 철거하도록 명령하고 단속까지 벌이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근거는 런던시의 '냉방 우선순위(Cooling Hierarchy)' 정책이다. 영국 지방 정부는 탄소중립(Net Zero) 정책에 따라 에어컨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창문 열기, 차양 설치, 자연 환기, 선풍기 사용 등 이른바 '수동 냉방'을 모두 시도한 뒤에만 에어컨 같은 능동 냉방을 허용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클레어 쿠티뉴 전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영국은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한 현대 문명의 편리함조차 누리지 못하게 하는 비관적인 탄소중립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런던 캠든구는 "2019년 이후 지역 탄소배출량을 52% 줄였다"며 에어컨보다 차양 설치·단열·자연 환기 방식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맞섰다.

폭염이 반복되면서 국제 보건 당국도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1일 이후 유럽에서 폭염과 관련된 초과 사망자 평소보다 추가로 발생한 사망자가 13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는 "열 스트레스는 '침묵의 살인자'"라며 "유럽의 가정과 학교, 직장은 현재와 같은 폭염을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공중보건청은 지난달 24~26일 사이 평년보다 약 10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으며, 사망자의 85%는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기온은 41.7도까지 치솟았고, 체코와 폴란드도 각각 41.1도와 40.5도를 기록했다. 벨기에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열차 고장이 잇따라 서유럽 주요 도시를 잇는 유로스타 열차 2대의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영국 정부의 공식 기후 자문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주거 냉방 문제를 더는 개인 선택으로만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CCC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2도 수준에 이르면 영국 주택의 약 22%가 에어컨과 같은 능동형 냉방 장치를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기후와도 점점 멀어지는 과거의 기후에 맞춰 지어진 나라"라는 지적도 보고서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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