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현장리서치-창극 패왕별희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덜컹' 손잡이에 문제가 있었던지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마다 철문이 문틀에 부딪히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주목된 시선이 무안했던지 괜히 문에다가 한마디씩 하며 시선을 회피한다. '패왕별희' 공연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국립극장을 찾았다. 여유 있게 움직인다는 것이 너무 과해서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해버렸다.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셈으로 주변을 꽤 돌아다녔는데 카페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내소에 물어 찾아간 곳은 들어오는 손님마다 문소리 때문에 주목을 할 수 있는 연극적인 카페였다. '국립극장 근처 카페는 역시 다르구나' 하고 혼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국립극장은 지하철을 타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오르막을 한참 올라야하는 산중턱에 위치해있다. 그 길은 계절을 잘 맞춰서 가면 꽤 멋진 전경을 누릴 수 있어 참 좋아하는 길이다. 긴 오르막에도 힘들지 않고 콧노래가 나왔던 것은 아마 창극 '패왕별희'에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패왕별희' 라고 하면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를 먼저 떠올릴 텐데, 이 영화 제목은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전쟁이야기인 중국 경극에서 따온 것이다. 이 경극을 한국의 창극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어떤 협업에 의한 시너지 냈을지 궁금했다. 대만 배우출신 우싱궈가 연출을 맡았고 작창 및 음악감독은 이자람이 맡았으니 기대는 한층 더 올라갔다.

객석은 거의 만석이었고 인터미션 포함, 세 시간이 넘는 공연시간동안 관객들은 꽤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대를 너무 한 탓인지 나는 꽤 실망스러웠다. 창극과 경극의 장점이 부각되기보다 적당히 서로 양보한 느낌이었다. 경극의 고난의도 동작들은 국립창극단원들의 단기간 연습으로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그것을 기대하고 간 것이 아닌데 따라하려고만 노력한 것 같았다. 또 창의 매력적인 가락은 익숙하지 않은 중국의 대서사에 갇혀 헤매고 있었다. 왜 국립창극단이 딱딱한 경극을 창으로 엮을 생각을 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나를 제외한 관객들의 표정은 밝았던 것 같다. 어떤 장면에는 배우가 창을 끝낼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나와서 관객수준이 확실히 지방에 비해 높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수준은 공연을 즐기는 주체의 적극성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최소 수억 원대의 제작비를 써가며 유명 연출가와 유명안무가를 데리고 왔어야했을까? 난 초나라 한나라 이야기보다 차라리 해님 달님 이야기가 더 좋고 요란한 의상과 분장, 동작의 경극보다 차라리 단백한 판소리가 좋다.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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