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를 앓는 채린(16·가명)이의 다리는 아직 두 발은 아직 땅을 딛고 일어설 만큼 강하지 못하지만 꿈 만큼은 확고한 당찬 여중생이다. 채린이는 태어나자마자 뇌출혈을 앓게 돼 전신 중 왼팔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인지기능 손상은 심하지 않아 학교 공부도 곧잘 따라간다.
엄마 김명주(가명·48)씨는 홀로 두 딸을 악착같이 키워냈지만 끝없이 들어가는 치료비에 생활은 나아질 틈이 없다. 그는 "딸에게 '너도 걸을 수 있다. 늦은 것이 아니다'고 항상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뇌출혈
채린이는 사지마비, 근육강직이 너무 심해 첫 돌이 지날 때까지도 목을 세우거나 몸을 뒤집지 못했다. 생후 2개월에 받은 탈장 수술과 20개월쯤 받은 사시 수술을 시작으로 한 평생 물리치료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쌍둥이 언니도 같은 증상을 겪었지만 다리 길이가 서로 다른 것 말고는 큰 문제없이 자랐다. 이에 비해 채린이는 근육마비, 강직 증세가 너무 심해 6개월에 한번 근육이완 보톡스를 맞아야 한다.
엄마는 치료비 지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악착같이 도움을 받아왔다. 2007년 이후부터는 매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교통비도 많이 들지만 대구에서는 받을 수 없었던 병원 후원금이 있어 먼길을 마다할수가 없다.
8살 때 받은 신경차단술 역시 유명 배우의 후원으로 수술받을 수 있었다. 명주 씨는 "막막했는데 기적 처럼 후원을 받게 됐다. TV에 그 배우가 나오면 아직도 고마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채린이는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지가 조금씩 뒤틀리고 다리는 앙상해져버린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1년 전부터 받기 시작한 로봇 치료는 획기적일만큼 효과적이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연간 2번을 치료받아야 하지만 비보험인 탓에 비용이 500만원이 훌쩍 넘어선다. 로봇에 의지해서나마 처음으로 두 발로 일어서 본 채린이는 환희에 가득 차 있지만 엄마는 '돈 때문에 치료를 더는 못 할 것 같다'는 말이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 왈칵 쏟는 딸
아빠는 채린이 자매가 8개월일 때 집을 나갔고, 결국 2004년 이혼을 하게 됐다. 명주 씨는 "두 딸 모두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이후 자주 술을 마시고 신변비관성 발언을 쏟아냈다"면서 "이혼 후로는 연락조차 없다"고 했다.
홀로 아픈 두 딸을 키워야했던 명주 씨는 육아와 병간호 때문에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직계가족의 소득이 잡혀 4년 전에서야 겨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이 때문에 명주 씨는 전세금까지 털고 친동생 둘에게 손을 벌려가면서까지 딸들 치료비에 보태야 했다. 지금은 월 130만 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금을 받지만 세 모녀가 먹고살기에도 빠듯해 도저히 저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지경이다.
명주 씨는 "동생들도 살림이 빠듯한데 내가 짐만 돼 염치가 없다"면서 "숨도 못 쉴 만큼 아끼고 또 아꼈는데 아직 여기저기 못 갚은 돈이 아직 800만 원이나 된다"고 한탄했다.
반대로 채린이는 엄마가 3년 전 허리협착증으로 쓰러져 아직도 허리가 아픈데다 치아가 다 빠져버렸는데도 임플란트 하나 하지 못하는 것 모두 다 자기 탓인 것만 같아 마음 아프다. 불편한 손으로 새벽 2시까지 숙제와 공책 필기를 하는 것도 공무원이 돼 엄마를 책임지고 싶어서다.
취재 내내 시종일관 미소를 띠던 채린이는 결국 눈물을 쏟았다. 채린이는 "엄마가 매번 나를 엎고 계단을 오르내려 허리를 못 쓰게 됐다"면서 "엄마는 늘 미안한 사람, 없어선 안 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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