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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산 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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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식물들은 화학적 분비물을 통해서, 동물들은 소리와 표정, 몸동작을 통해서 각자 나름대로 서로 의사전달을 한다. 그러나 자음과 모음을 엮어서 다양하고 깊은 의미가 담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생명체는 오로지 사람뿐이다.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과 이 세상에서 살다가 떠난 사람, 그리고 현재 살아 있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이들 중에서도 오직 살아 있는 사람만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다. 그들이 어떤 세계에 들어서 있는지 대단히 궁금하지만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한계이기에 상상과 믿음으로만 무엇인가를 그려볼 뿐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태어나서 이 세상 삶의 주인공이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주인공은 바로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 언제 살아 있는가? 바로 현재 이 순간을 살고 있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 수가 77억 명이나 되는데, 지구촌 위치에 따라 오전이나 오후를 살고 있는 사람, 잠을 자는 사람이 있지만 모두 현재 이 순간을 살고 있다. 이것은 남녀노소, 지식, 지위, 재산 등의 많고 적음, 높낮이에 상관없이 같다.

유아는 유아대로 살아 있고 유치원생, 초·중·고등·대학생, 가정주부, 직장인, 은퇴인 등 각자 나름대로 살아 있다. 알고 있는 지식과 체험한 것도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르지만 다 같이 현재 이 순간에 살아 있다. 각자 머릿속에 들어있는 온갖 욕구와 생각을 내놓고 이야기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의 분량이 많고 복잡하여 듣다가 피곤해질 것이고 마침내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킨다 하더라도 1천억 개의 신경세포와 1조 개의 교세포로 구성된 우리 두뇌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몸 안의 온갖 생명 현상을 주도하고 꿈을 꾸고, 깨어 있는 동안에는 오감을 통해 외부 세계의 온갖 것들을 인지하고 생각하고 판단한다. 오감에 어떤 것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고요한 곳에 혼자 있어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과거의 온갖 추억과 상처들을 회상하다가 미래로 가서 아직 현실이 아닌 온갖 생각과 걱정거리들을 더듬는다. 살아 있는 것은 현재 이 순간인데 생각은 과거와 미래에 더 많이 가 있다. 이것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잡념이 되고 정신을 분산시켜 심하면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종교 이야기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살았을 때 종교에 대해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무종교인으로 산 사람들은 종교 없이 살기로 마음먹었겠고 특정 종교 단체의 일원으로 산 사람들은 그들만의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이런 이야기를 할 상태에 있지 않다.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우리 살아 있는 자들은 궁금하지만 건널 수 없는 한계에 의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는 없다.

필자가 지면이 대단히 제한된 이 칼럼에서 이 이야기를 이렇게 강조해가며 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사실을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들은 이 세상을 살았던 사람들이 살았던 생각과 삶의 자취를 안고 있다. 그래서 각 시대와 지역의 문화적 요소들이 들어 있고 참된 진리와 주변 진리가 섞여 있으며 진리와는 거리가 먼 불편한 요소들도 들어 있다.

진정성을 가진 성직자와 수도자는 자신이 믿고 전하고자 하는 종교적 진리가 가능한 대로 참된 것이기를 원할 것이다. 일반 신자라 할지라도 주변 진리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진리가 아닌 것과는 거리를 멀리 두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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