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주택가마저 유해대기물질로 오염된 대구의 공기질

산업단지에서나 검출될 법한 각종 유해화학물질이 대구 주택가의 대기 중에서 다량 검출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대구 주택가에서 검출되는 유해대기물질의 농도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하물며 공장 등 유해대기오염물질 방출원이 없는 주택가가 이 정도라면 대구의 나머지 지역 상황도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환경부 대기환경연보에 따르면 대구의 전통적 주택가인 수성구 만촌동과 남구 대명동의 측정 지점에서 2018년 1월부터 2020년 10월 사이 트리클로로에틸렌이 88%, 90% 빈도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리클로로에틸렌은 금속 혹은 자동차 관련 물품 생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어서 주택가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만촌동과 대명동에서는 10일 가운데 9일 빈도로 공기 중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이 검출된 셈이다.

섬유공장에서 많이 배출되는 톨루엔과 에틸벤젠의 검출 농도 역시 만촌동과 대명동이 전국에서 2번째, 4번째로 높게 나왔다. 이는 공업지역인 충남 당진시 송산면, 경남 창원시 봉암동보다 몇 배 높은 수치이다. 이런 현상은 자동차부품 및 섬유 비중이 높은 대구의 산업 구조와 무관치 않다. 대기업의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 방지 및 저감 시설을 잘 갖춘 편이지만 영세 소규모 공장에서는 오염물질 배출 저감 시설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비용 문제로 가동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구의 공기질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대구의 산업 구조 탓도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직무 유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공무원들이 단속을 소홀히 하는 사이 시민들은 알게 모르게 발암물질을 들이마시고 있다. 환경부와 대구시, 각 구·군은 지역의 산업 구조 핑계를 대며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우선은 현장 점검과 단속 강화가 급선무다. 유해대기물질 불법 배출에 대한 엄중한 처벌 없이는 해결 난망이다. 아울러 노후 대기방지시설 교체 사업과 노후 경유차량 폐차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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