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건희 컬렉션 전시 공간, 대구만 한 곳 없다

대구시가 삼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중 근현대 미술 작품 1천500여 점으로 구성된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부한 2만3천여 점을 전시하는 별도의 공간을 검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를 계기로 부산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치전에 나서자 대구시도 이에 합류한 것이다.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는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예술 역량을 지역에 분산해 균형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대구와 삼성의 인연은 다른 그 어느 도시보다 깊고 크다. 대구는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다. 그는 지난 1942년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서 태어났다. 대구는 1938년 삼성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창업한 곳으로 삼성그룹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창업주는 청과물 건어물을 수출하고,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 1954년 북구 칠성동에 제일모직을 설립했고 현재 그 터에는 삼성이 조성한 삼성창조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대구시는 이곳에 삼성상회 건물을 복원했고 이병철 회장 동상을 세웠다. 일찌감치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 등 한국 경제 발전의 역사적 의미가 담긴 장소를 모아 체험관광 코스를 개발한 곳도 대구다. 대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토록 많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온갖 문화 시설이 밀집해 있다. 현재 국내 유일의 국립현대미술관은 4개관을 운영 중이다. 이중 과천관(1986년), 덕수궁관(1998년), 서울관(2013년) 등 3개관이 수도권에, 뒤늦게 지은 청주관(2018년)마저 사실상 수도권이라 할 충청권에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리움미술관(서울 용산구), 호암미술관(경기도 용인) 등 내로라할 미술관들은 거의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는 지역민들의 문화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지역 균형 발전의 큰 틀을 마련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게다가 대구에선 지역 출신의 이쾌대 이인성 김용준 등 걸출한 화가들이 활약해 대구는 서울 평양과 더불어 한국 근대 미술의 3대 거점 도시였다. 이번 컬렉션 목록에도 이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회장의 기증품을 전시할 별도 공간으로는 대구만 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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