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원 세모녀 살해' 김태현 "동생·어머니 살해 우발적…도주 안 한 점 참작해달라"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 등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25)은 1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해자 여동생과 어머니 살해는 계획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 씨의 변호인은 "처음부터 첫 번째,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으며, 우발적인 살인"이라며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했던 점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 A씨가 함께 게임하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험담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 3월 23일 택배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A씨의 집에 침입한 뒤 동생 B씨와 어머니 C씨,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을 통해 A씨를 처음 알게 됐고, 이후 게임을 함께 하고 메신저 등으로 연락도 주고받았지만, A씨로부터 연락이 차단되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태현은 A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기다리거나, 공중전화 연락 및 지인을 통한 문자 전달 등을 통해 A씨와의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로부터 답이 없자 범행 1주일 전부터 A씨를 살해할 마음을 품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사흘 전부터 김태현은 청테이프 등의 범행도구를 훔치고, 상품 배달을 가장하기 위한 박스와 범행 후 갈아입을 옷 등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전날에는 자신의 휴대전화 대화내역과 연락처 등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는 집 안에서 기다리다가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께 귀가한 A씨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이후 집에 돌아온 A씨마저 살해했다.

김씨는 범행 후 A씨의 집에 있는 컴퓨터에 접속하고, A씨의 SNS에 여러 차례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본 뒤 대화 내용과 친구 목록을 삭제한 사실도 파악됐다.

검찰이 이날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씨가 지난 1월 23일 A씨를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A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말다툼을 하게 됐다. 이후 A씨가 관계를 단절하려고 하자 김 씨가 스토킹을 시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법정에 온 피해자 유족 측은 "사람 3명을 죽여 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어이없다"며 "인간도 아니고 인간 쓰레기조차 아니다. 우리는 10년, 20년, 30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라며 엄벌을 요구했다. 유족 측은 피고인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지난 4월 27일 구속기소 했다. 김 씨는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밝히는 확인서를 내고, 전날까지 총 4차례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음 재판은 이달 29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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