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읽는스포츠] 부산, 인천시는 프로농구 버리는데, 대구시는 왜 ?

한국가스공사 통해 대구 연고 프로농구단 유치…가스공사는 투자하고 대구는 농구단 안착 지원해야

지난 9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단 인수 협약식에서 한국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왼쪽)과 KBL 이정대 총재가 협약서에 서명 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단 인수 협약식에서 한국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왼쪽)과 KBL 이정대 총재가 협약서에 서명 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프로농구가 다시 한번 연고지 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지난 2일 인천 전자랜드를 인수한다고 밝힌 한국가스공사는 9일 본사가 있는 대구에서 한국농구연맹(KBL)과 인수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또 KT 프로농구단은 KBL 승인으로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옮겼다.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했다. 1982년과 1983년 각 출범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처럼 전국 여러 도시를 연고지로 했다. 국내 제2~4도시 부산, 인천, 대구는 나란히 동계 스포츠가 있는 도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구 연고의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는 2011년 잘 알려진 '야반도주'로 대구시민을 분노케 했다. 대구시 등 지역과 협의 없는 일방적인 연고지 이전이었고 KBL은 이를 당연시했다. 10년이 지나 인천 연고의 전자랜드는 해체를 선언했고 부산 연고의 KT는 수원으로 옮겼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의문이 묻어난다. 인천과 부산은 프로농구를 버리는데 대구는 왜 다시 프로농구에 집착하나. 앞서 광주광역시는 여자 프로배구 제7구단 페퍼저축은행을 유치했다.

프로 스포츠는 관람객 동원과 방송 중계 시청률 등 인기 측면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현시점에서 보면 야구, 농구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축구, 배구는 상승세로 볼 수 있다.

대구시는 어떤 시장조사를 통해 프로농구단 유치를 결정했나. 미래 농구가 다시 인기를 끌 것으로 점쳤나. 일부 체육인들과 정치인들의 요청으로 대구시가 대구 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한국가스공사를 압박해 끌어낸 결과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는 9월 중 창단식을 하고 2021-2022 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한국가스공사는 "스포츠를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구단을 인수한다"면서 "본사가 있는 대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지난 2일 인수 계획을 밝힐 때도 대구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를 강조했다.

그런데 전자랜드 농구단 인수 협약식에 대구시장이 참석하지 않았고 한국가스공사는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연고지를 확정하지 않았다. 대구시와 전자랜드를 인수해 새로운 농구단을 창단하기로 한 사실이 널리 알려졌는데 무슨 소리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가스공사가 지적하는 홈 경기장 문제에서 대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드러난다. 프로농구를 치를 경기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광주광역시는 여자배구단을 유치하면서 전용구장 3곳을 제시했고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고 한다. 대구에서 프로 경기가 가능한 곳은 북구 산격동의 대구체육관뿐이다. 대구 오리온스가 전용구장으로 사용한 곳으로 각종 체육, 종교, 정치 행사가 치러지는 다목적 체육관이다. 지어진 지 50년 된 대구체육관은 오리온스가 떠난 후 일부 종목의 지역 대회 장소 등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프로농구를 하려면 대규모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오리온스가 도망가지 몇 해 전에 대구시는 수십억원을 들여 경기장 마루까지 이어지는 농구 전용 개폐식 의자를 설치하는 등 대구체육관을 단장했다. 이는 지금 대구시가 대구체육관 리모델링을 주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연고지 확정 없이 인수부터 한 한국가스공사나 일부의 입김에 떠밀려 성급하게 프로농구에 다시 발을 담그는 대구시 모두 뒷걸음질할 공간은 없어 보인다. 한국가스공사는 전자랜드 인수를 백지화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하루빨리 확고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대구 연고지를 확정해야 한다. 대구시가 부담을 느끼는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대구시는 시민 합의없는 퍼주기식 지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당장 2021-2022 시즌 경기가 가능하도록 대구체육관을 단장하거나 경산 등 인근 지역 체육관을 알선하는 등 한국가스공사 농구단 창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대구시는 새 농구단 유치에 앞서 KBL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대구시 관계자에 따르면 오리온스는 대구에서 도망가기 전 수차례 확인에도 연고지 이전을 부인했다고 한다. 오리온스의 핵심 실무자가 여러 거짓말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음에도 KBL은 이를 인정했다. 프로농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해체하는 전자랜드를 인수해 10구단 체제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준 대구에 KBL은 사과해야 한다. 전자랜드 인수 협약식이 KBL의 10구단 유지 홍보장이 됐다고 한 농구팬은 탄식했다.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배신자'로 불리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의 성지'라고 하는 대구에서 소위 뒤통수를 친다는 배신에 대한 반감은 시민 정서로 자리 잡고 있다. 프로농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구 오리온스가 역대 프로 스포츠 최다인 32연패를 기록할 때도 대구 농구팬들은 경기장을 찾는 등 열렬히 성원했다. 그렇지만 오리온스는 2차례 정규시즌 우승 등으로 나름 인기구단이 된 후 고양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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