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 혀가 까칠한 이유

동이(6m·수컷)이 내원했다. 날쌔고 활달한 성격의 둥이는 가족들이 잠시 방심하는 사이 열린 케이지 틈으로 탈출하여 병원 로비 구석구석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누군가 잡으려 하면 더 멀리 달아나며 한바탕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로비에 대기 중이시던 보호자들도 덩달아 술래잡기에 동참하는 해프닝이 펼쳐졌다.

술래잡기에 신나버린 고양이를 포획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대기실 출입문들을 잠시 닫아두고 가족들과 대기하시는 분들께 잠시 동안 가만히 있어 달라고 부탁드렸다. 모두가 시선도 관심을 두지 않자 잠시 후 둥이는 스스로 보호자에게 다가와 그러릉 거리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둥이는 그저 넓은 로비 공간에서 신나게 술래잡기 놀이를 즐긴 셈이었다.

케이지 안에서 얌전해진 둥이를 어루만지던 보호자가 불현듯 질문하셨다. "고양이 혀는 왜 까칠하죠?"

반려화된 고양이의 혓바늘은 교감의 수단으로도 이용되는 듯하다. 고양이가 다정하게 핥아줄 때의 독특한 감촉을 한번이라도 느껴 보신 분은 고양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고양이 혓바늘이 마법을 부리는 셈이다. pixabay
반려화된 고양이의 혓바늘은 교감의 수단으로도 이용되는 듯하다. 고양이가 다정하게 핥아줄 때의 독특한 감촉을 한번이라도 느껴 보신 분은 고양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고양이 혓바늘이 마법을 부리는 셈이다. pixabay

순간 답을 드리지 못했다. 나도 의아했다. 혓바늘은 왜 존재할까? 같은 육식동물인데 개과 동물은 혓바늘이 없고, 소나 풀을 먹는 가축들은 혓바늘이 발달되어 있는데, 이유가 뭐지?

보호자에게는 나름 자료들을 검색해본 후에야 설명드릴 수 있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혀에 혓바늘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 사자, 호랑이, 표범 모두 가지고 있다.

동물원에서 호랑이나 사자를 보살피는 사육사들이 그들의 애교를 맨살로 받아주다 보면, 혀로 핥은 부위는 피가 날 정도로 까칠하다고 한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혀에 혓바늘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 사자, 호랑이, 표범 모두 가지고 있다. 동물원에서 호랑이나 사자를 보살피는 사육사들이 그들의 애교를 맨살로 받아주다 보면, 혀로 핥은 부위는 피가 날 정도로 까칠하다고 한다. pixabay
고양이과 동물들은 혀에 혓바늘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 사자, 호랑이, 표범 모두 가지고 있다. 동물원에서 호랑이나 사자를 보살피는 사육사들이 그들의 애교를 맨살로 받아주다 보면, 혀로 핥은 부위는 피가 날 정도로 까칠하다고 한다. pixabay

고양이과 동물들의 혓바늘이 존재하는 이유는 섭식 습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하는 설이 유력하다.

늑대과 동물들은 송곳니뿐 아니라 어금니와 턱힘이 발달해 뼈를 아작내어 먹을 수 있는 반면에, 고양이과 동물들은 사냥을 위한 송곳니는 위협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뼈를 으스러뜨릴 수 있는 어금니는 퇴화되어 있어 뼈를 부서뜨려 먹기보다는 뼈 사이 살점들을 긁어내듯 핥아먹기 쉽게 혓바늘이 진화했다는 가설이다.

고양이가 혀를 이용해 물을 먹을 때는 혓바늘이 물과의 접촉 표면을 넓혀주어 물을 튀기지 않으면서도 정갈스럽게 물을 마시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고양이가 혀를 이용해 물을 먹을 때는 혓바늘이 물과의 접촉 표면을 넓혀주어 물을 튀기지 않으면서도 정갈스럽게 물을 마시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pixabay
고양이가 혀를 이용해 물을 먹을 때는 혓바늘이 물과의 접촉 표면을 넓혀주어 물을 튀기지 않으면서도 정갈스럽게 물을 마시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pixabay

또 다른 가설로는 인간과는 달리 땀샘이 없는 동물들은 체온을 낮추려면 호흡과 혀의 수분 증발을 통해 체열을 발산시켜야 하는데 혓바늘은 혀의 표면 면적을 극대화시켜 보다 효과적으로 열을 발산시킬 수 있다고 한다.

혓바늘이 담당하는 또 다른 역할은 자신의 몸을 정갈스럽게 그루밍하는 데 이용된다.

마치 촘촘한 빗처럼 이물질을 가려내고 수명이 다한 털은 제거하면서, 건강한 털과 피부 상태를 유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덧붙여, 반려화된 고양이의 혓바늘은 교감의 수단으로도 이용되는 듯하다. 고양이가 다정하게 핥아줄 때의 독특한 감촉을 한번이라도 느껴 보신 분은 고양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고양이 혓바늘이 마법을 부리는 셈이다.

고양이가 혓바늘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경우도 있어 소개한다.

까칠한 혓바늘이 목구멍 쪽을 향해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털실이 혀에 닿게 되면 뱉어내지 못하고 끝까지 삼키게 된다. '고양이 선상이물 섭식'이다.

고양이 선상이물 섭식은 매우 심각한 응급상황이며 대부분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고양이 주변에 털실, 실, 보풀이 있는 옷감, 비닐재질의 봉투들을 곁에 두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하는 이유이다.

수의학박사 박순석(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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