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시 공무원들 매몰 트라우마…"가축 묻던 악몽 떠올라"(종합)

과수화상병 나무 처리 심경 토로…"10년 전 구제역으로 인해 수많은 소·돼지 묻은 기억 떠올라"
피해農 닷새 만에 10곳 더 늘어
이철우 도지사·권영세 안동시장 등도 SNS에 안타까움 토로

8일 오후 과수화상병이 추가 발생한 안동시 길안면 만음리의 한 사과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사과나무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8일 오후 과수화상병이 추가 발생한 안동시 길안면 만음리의 한 사과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사과나무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세 안동시장이 안동시 길안면 과수화상병 발생 농장을 찾았다. 이들 단체장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세 안동시장이 안동시 길안면 과수화상병 발생 농장을 찾았다. 이들 단체장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경북도 제공

안동 공직사회에 '매몰의 악몽'이 엄습하고 있다.

최근 안동에 과수화상병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10여 년 전부터 이어져온 소·돼지 매몰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고 호소하는 시청 공무원들이 적잖다.

과수화상병 예찰과 감염 사과나무 매몰작업에 나선 공무원들이 2010년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파동시 소·돼지 매몰을 떠올리며 힘겨운 심경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안동의 경우 2010년 11월 29일 구제역 발생으로 1년여 걸쳐 ▷소 3만4천900여 마리 ▷돼지 10만8천 마리 ▷염소·사슴 1천890여 마리를 땅에 묻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공무원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했으며, 일부 여성공무원은 유산과 탈진 등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공무원 A씨는 "2015년에도 구제역 발생으로 2천400여 마리의 가축을 땅 속에 묻었다"며 "공무원들 마음 한켠에 매몰처리에 대한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다. 가축이 아닌 사과나무라고해서 예외는 아니다"고 했다.

공무원 B씨도 "계속된 구제역으로 소·돼지를 땅 속에 묻었던 시간은 공직생활 중 겪었던 가장 최악이었다. 아직도 소·돼지 울음소리라도 들으면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며 "이제는 소나무 재선충에 이어 과수화상병까지 발생해 나무들도 살처분해야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세 안동시장도 지난 4일 경북에서 처음으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안동 길안면 한 사과 농장을 찾은 후 SNS를 통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도지사는 자신의 SNS에 "1,200㎡, 170그루 사과나무 전부 베어야 하다니요"라며 "소·돼지 구제역, 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로 얼마나 많은 가축을 매몰했는데 이제는 과수에도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원인도 모르는 세균성 과수 화상병…"이라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권 시장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본인탓이라 하시는 농가주 말씀에 가슴이 찡했다"며 "잎 하나에 발생한 병으로 그동안 키워왔던 사과나무를 모두 매몰해야 하니 농가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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