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문화 플랫폼

이승익 대구문화재단 대표

이승익 대구문화재단 대표
이승익 대구문화재단 대표

코로나19가 지구촌을 휩쓴 지 만 2년이 되었다. 첨단 문명을 이뤄낸 위대한 인류가 혼자서는 개체 보존마저 할 수 없어 숙주를 찾아다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백신과 먹는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 그 끝이 언제일지 누구도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살다 보면 가끔 혼자만의 시간 또는 공간이 필요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또는 일에 집중할 공간을 갖고 싶어 한다. 그게 아니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여유, 이른바 멍때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공(時空)을 바라기도 한다.

코로나19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그 '선물'을 막무가내로 떠안겼다. 강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그것이다. 온 인류가 전에 없던 단절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꿈꿔 왔던 혼자만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이제 오히려 접촉을 그리워하고 있다. 2년여 원하지 않던 단절에 지친 시민들은 누군가를 만나서 말도 섞고, 몸도 부딪쳐 가며 살던 옛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많은 분야가 그러했지만 문화예술계 또한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쳐 나오느라 몸부림을 쳐왔다. 절대고독과 고통 속에서 위대한 예술이 탄생한다고 하지만, 관객 없는 공연장과 전시장 앞에 선 예술인들에게 창작은 무슨 의미일까. 코로나19가 문화예술계에 기여를 했다면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한 온라인 콘텐츠 창작 분위기를 앞당긴 게 유일할 거라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대구문화재단도 그동안 주관해 오던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을 2년이나 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리마인드 컬러풀'이라는 프로그램을 꾸림으로써 그나마 허전함은 덜었으나 어찌 우리 모두를 거리로 불러내었던 과거 축제의 열기에 비하랴. 지난해 연말에 집중적으로 펼쳐진 '리마인드 컬러풀'은 과거 축제를 기억하면서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을 응원하고, 머지않아 축제의 장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자는 뜻에서 기획했다.

국내외 축제팀의 응원 영상과 시민들의 격려 퍼포먼스를 도심에 설치된 입체 전광판에 선보였고, 방송매체에서는 화려하게 펼쳐졌던 과거의 축제 영상을 재소환해서 안방에 전달했다. 활기 넘치는 영상 속 축제 장면은 하루빨리 단절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했다.

임인년 새해를 맞았다. 강인한 힘으로 거침없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하는 검은 호랑이해다. 새해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바람은 하루라도 빨리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대구문화재단의 역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문화재단은 새해에 예술인들에게 조속한 일상 회복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보다 많이 문화 향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연초부터 시민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시민주간 행사를 펼치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가스총회가 열리는 5월에는 대구컬러풀축제와 연계해 음악창의도시이자 글로벌 공연축제도시인 대구의 위상을 안팎에 알리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싹을 틔운 LAN선 프로젝트와 미술품 대여 사업, 그리고 기부 문화 일번지에 걸맞은 문화 메세나 활동도 더욱 확대하려 한다. 예술인 복지와 창작 안전망 구축도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역할이 될 것이다.

대구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문화로 즐겁고 예술로 행복한 대구' 만들기에 문화예술계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동참과 지지를 기다리며 희망의 새해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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