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의'라는 뜻을 가진 관형어 '첫'은 그 말 자체가 주는 신선함과 상쾌함이 있다. 그렇게 기분을 새롭게 하는 기운을 담고 있어서인지 새해의 첫날, 올해의 첫날은 새로운 다짐과 계획의 출발선으로 적당하게 여겨진다. 주변의 지인들도 새해를 맞아 다양한 다짐과 계획을 말하는데 새벽형 인간으로 거듭나기, 꾸준히 운동하기, OTT 세상에서 탈출하기 등 대부분 생활방식이나 습관과 관련한 것들이다.
요즘처럼 만남이나 이동, 외출이 확 줄어들고 근로시간 축소나 재택근무 형태로 업무 자유도가 높아진 세상에서는 스스로 꾸려야 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는데, 그런 혼자의 시간을 지탱해주는 것이 소소하고 기본적인 생활방식인 것 같다. 스스로 시간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자괴감에 빠져 우울해지곤 하는 것이 그런 기본적인 생활패턴을 깨뜨렸을 때인 것 같아서다.
가령, 해야 할 일을 두고 자꾸 미디어 콘텐츠에 빠지거나, SNS에 눈길이 매여 있거나, 게임에 몰두하는 등의 시간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엉망이 된 날에 후회로 울적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늘어난 혼자의 시간, 집에서의 시간이 후회나 자괴감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채워지지 않고 나를 단단히 지탱해줄 수 있도록 아주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지키며 일상을 꾸리겠다는 다짐을 새해에 했다.
요즘 SNS 상에서도 미라클 모닝, 챌린지, 모닝루틴, 리추얼 같은 해시태그들이 꽤 오랫동안 유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이나 홈트레이닝, 한 문장 필사, 책 읽기같은 소소한 목표를 세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늘고 있는데, 자신이 실행한 것을 카운팅해가며 매일 SNS에 올리고 댓글 등을 통해 성취감을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예전처럼 사회적인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 같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누리겠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거나 혹은 코로나 이후 무너진 일상 속에서 마음까지 무너지지 않도록 내 삶과 일상을 단단히 지탱하겠다는 일종의 대책으로 보인다.
필자의 경우엔 2년째 '눈 뜨면 책 두 장 읽기'를 하고 있는데 새해를 맞아 자잘한 결심을 덧붙여봤다. 일어나 잠자리를 정갈히 하고,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일정히 지키며, 하루 1만 보를 걷겠다는, 그런 아주 기본적이고 별것 아닌 소소한 다짐이다. 그러나 그 정도만이라도 일상을 안정감있게 꾸려나간다면 이 소란한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좀 나아질까 했었는데 올해도 코로나 5차 대유행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내가 항시 노출되어 있다는 위기감과 이 난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막막함을 내내 지니고 사는 건 확실히 꽤 우울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불안하고 소란한 세상에서 가능한 한 내 일상을 단단히 지켜낼 수 있도록 작고 소소한 습관과 계획을 궁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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