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소방관 1일 3교대

장호진 소방장(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강서소방서 지회장)

장호진 소방장(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강서소방서 지회장 )
장호진 소방장(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강서소방서 지회장 )

신뢰지수 1위, 공·사상자 최다, 평균수명 최하위, 복지 최하위, 최악의 근무 하중, 노후한 소방청사…. 우리나라 소방의 희생적 가치와 그에 상반되는 현실을 압축한 표현들이다.

소방의 존재가치는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여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 소방의 현실은 어떠한가. 2017년 7월에 소방 조직이 '독립청'이라는 새 역사를 쓰고, 2019년 1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이루어졌지만, 외국의 선진 소방에 비하면 여전히 개선하고 노력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근무 체제는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오래전부터 3조 1교대 근무 체제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가질 수 있고, 출·퇴근 시간 감소 및 근무 후 개인 시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4천482명의 신규 채용, 그리고 2021년 7천여 명의 추가 충원이 이루어졌지만, 소방관들의 오랜 숙원인 3조 1교대 근무 비율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외 연구 논문과 자료에서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하루 동안의 주기적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 3조 1교대(당비비) 근무가 다른 형태의 주야 3교대(6, 9, 15, 21주기 등) 근무보다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고 면역 체계와 관련된 부정적인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청을 비롯한 시·도 소방본부의 당비비 거부 논리를 살펴보면 '구급대 등 일부 부서의 반대' '국민 정서에 반한다' '수면 보장이 안 되는 24시간 근무는 오히려 소방관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일사불란한 현장 지휘가 불가하다' 등의 사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2021년 7월 소방 조직에서도 노동조합이 출범하게 되었으며, 노동조합을 통해 우리 소방관들은 3조 1교대제 근무로의 전면 시행을 관철시키려 한다.

미국의 경우 주별로 차이가 있으나 3조 1교대, 4조 1교대, 4조 2교대 방식이며, 싱가포르는 3조 1교대(진압대원), 4조 2교대(구급대원), 홍콩도 3조 1교대, 독일도 3조 1교대, 4조 2교대, 영국 또한 4조 2교대, 프랑스 3조 1교대, 4조 1교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소방대원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은 자명하므로 현행 21주기 근무 체제에서 당비비 근무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방본부는 출범 4개월여 동안 1만 명이 넘는 소방관을 조합원으로 확보하였다. 소방청은 시대사적 전환기의 대한민국 소방이 마주한 현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소방관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될 것이다.

'뭔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뭔가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 독일 소방 격언이다. 소방청은 3조 1교대제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해 또 무슨 핑계로 반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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