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프로배구 선수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악성 댓글에 시달려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결국, 사람의 말과 글이 한 젊은이가 꿈꾸고 나가야 할 푸른 삶을 메말라 버리게 만든 것이다.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악플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상과의 소통은 더 쉽고 빨라졌지만, 그 이면에는 말할 수 없이 날카로운 비수들이 존재한다. 자신과 삶의 결이 다른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칼날에 가슴이 찢기고 헤어져 아물지 않은 상처 속에서 어둡고 긴 그림자와 함께 살아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받는 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이란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불교의 천수경은 이렇게 시작한다. 정구업진언... ...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하는 참된 말'이라는 뜻이다.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그동안 세속에 담았던 필요치 않았던 말들을 버리고 깨끗하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종교의 색채를 떠나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말이 가치를 가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말은 자못 가볍지 않아야 한다고 주희(朱熹) 역시, 경재잠(敬齋箴)에서 수구여병(守口如甁) '독에서 물이 새지 않는 것과 같이 입을 다물고 발언에 신중을 기하라'고 했다.
남을 해치는 말, 남을 힘들게 하는 말은 자신의 입에 독이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가시가 되는 업(業)이 되어 그 이상의 피해를 본다는 것이 삶의 진리이다. 비록 말이 적더라도 구업을 짓지 않는 말을 하고, 비록 말이 누추하더라도 마음을 쏟아 다른 이의 말을 듣는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진리는 예외가 없는 법이니까.
이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생각 끝에 어떤 이는 '보이지 않는 공기나 물'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또는 물질적인 요소가 아닌, 바로 말(Word)와 글자(Text)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무인도에 살지 않는 이상, 사람 대부분은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핸드폰에 온 문자를 확인하며 세상과 교류한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 활자인 것처럼, 말과 글자는 공기와 같이 세상을 이루는 한 축임은 분명하다.
말이 참 쉬운 듯 보이지만, 그 가치는 태산과 같고 말하는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인격이 훌륭한 사람은 말을 잘하는 달변가가 아니다. 적은 말을 하더라도 필요한 말을 하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다. 어느 모임을 가보면 말이 늘 많은 사람이 있다.
자신의 매력을 보이려는 의미인지 아니면 수십 년간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삶의 패턴인지 몰라도 상대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혼자 말하다가 결론까지 내버리고 가버린다. 이런 사람 근처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비슷한 조류의 사람들로만 이루어진다.
말의 소중함과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고 살아가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쉽게 내뱉는 말에는 소중함이 없다. 진정한 사고를 거치지 않은 말은 가치(價値)가 없다. 혼자 중얼대는 말이나 독백은 몰라도 말이라는 성질을 세상 밖으로 내보낼 때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한다. 혀 밑에 도끼라는 말이 있듯이 개울가 징검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듯 한 번 더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하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고 싶다면 우리는 말 잘하는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 아니라, 사고하고 가치 있는 말을 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중국의 선인들은 신선이 되는 법 중 하나가 머리에 근심이 적고, 배 안에 음식물이 적으며, 입안에 말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시대, 자기를 내보이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하여 하나라도 더 말하고 싶어서 하는 이들이 많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강력한 전달 도구가 있다. 바로 비언어인 태도와 마음이다. 우리 곁에 정말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고 하자. 사실 그에게는 단지 힘내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대신 위로를 해보려 하는 노력에도 그는 공해로 받아들일지 모를 일이다. 마음이 아픈 그에게 필요한 건 진심을 담은 마음으로 조용히 손을 잡고 고통을 나누며 기다려주는 시간일 것이다.

2011년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추모식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 9살 소녀의 이야기에 51초 동안 멈춘 시간, 흐느끼는 목소리, 떨리는 손, 눈물은 그 어떤 명연설보다 훌륭했다. 진정으로 유가족 마음의 결과 함께 하는 공감이 있었기에 그의 말은 차마 연설문을 그대로 잇지 못하게 했으리라.
이 추모식 이후, 오바마는 공감과 소통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지지율에도 영향을 상당히 미치었다는 보도가 기억난다. 귓가에 맴도는 공해 같은 가치 없는 말은 먼지와 같다. 오히려 말이 적어도 눈빛으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공자는 "말이 번지르르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자 중에는 인(仁)한 이가 드물다"고 했고, 톨스토이는 "혀끝까지 나온 말을 도로 삼키는 것, 그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라고 했다. 말하는 태도가 사람의 인격을 정하고, 그 인격이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함께하는 사람의 결이 달라질 것이고,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보이는 태도나 글에 따라 어두운 세상도 밝아질 수 있다. 설날이 지난 지 벌써 1주일이 지나간다. 다이어트가 올해 목표였다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 언어 다이어트도 한번 해보면 어떨지 생각해본다.

행복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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