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진실 공방에 돌입했다. 청와대가 인선 배경을 두고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자 인수위 측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맞서면서다.
권력 이양기에 신구 권력 충돌 빈도가 잦아지면서 진영 갈등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선에 대해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은 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 있다"며 "어느 정부가 지명했느냐와 관계없이 이달 31일 임기 만료가 도래해 임명 절차 등을 고려할 때 후임 인선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한은 총재 인사를 계기로 신구 권력 간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권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고,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도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간 첫 회동 무산의 원인 중 하나로 인사권 갈등이 꼽혔던 까닭이다. 게다가 청와대의 인선 발표가 점심시간인 낮 12시를 넘어서 나온 터라 양측이 극적 합의에 이르러 '긴급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불과 몇 분 뒤 당선인 대변인실은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에 상황은 청와대가 점심시간을 틈 타 한은 총재 인사를 '기습 발표' 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실타래처럼 더 꼬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자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을 향해 "자꾸 거짓말을 하면 다 공개하겠다"며 역공에 나섰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선인 측과)진실공방을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인수위에서)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하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이것을 계기로 (양측 관계가)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를 포함해 두 명의 이름을 당선인 측에 제시하며 누구를 원하는지 물었고 확답을 받은 뒤 지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선인 쪽에서도 이창용 국장에게 할 의사가 있느냐는 확인을 했다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발표 10분 전에 (청와대에서) 전화 와서 발표하겠다고 하길래 웃었다"며 "'일방적으로 발표하시려면 그건 마음이니까 마음대로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에서 협의했다고 한 것에 대해 "이건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닌가"라면서 "정식으로 당선인에게 추천을 요청하고 (당선인이) 수락하겠다고 하면 추천하는 상호 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국장에 대해 물어와서 '좋은 사람 같다'고 했다. 그게 끝이다. 그걸 가지고 당선인 측 이야길 들었다는게 납득 가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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