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란(64) 비스 대표는 60대의 나이가 무색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화가로도 활동하는 조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동대문에서 패션 일을 배웠고, 지금까지도 대구와 서울을 왕복하며 패션에 열정을 쏟는다.
지난 2017년에는 40년의 패션업 종사 경험을 살려 골프웨어·유니폼·산업복을 제작하는 비스를 창업했다. 2019년에는 세천공장을 설립해 바느질과 마감 등 의류 제작에 관한 모든 업무를 직접 수행한다. 올 연말에는 법인 설립과 함께 흩어진 대구 패션봉제를 핫라인으로 잇는 플랫폼도 개설할 예정이다.
1세대 영광을 누렸지만 이후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구 패션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은 조영란 대표를 달성군 본사에서 만났다.
-패션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 22살에 무작정 동대문에 갔는데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일할 곳을 수소문한 끝에 조력자를 만나 '사사'를 배웠다. 사사는 인테리어부터 어떤 옷을 갖출 지까지 양품점 오픈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해주는 것이다. 사사를 시작하고는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도 패션업에 종사하고 있다.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그동안은 옷을 만들어서 동대문이나 서문시장 도매상가에 납품했다. 여기까지는 개인사업 수준이었다. 그러던 중 한 골프장 프로샵에서 골프웨어를 납품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이에 '볼스토리'라는 골프웨어 브랜드를 먼저 런칭했고, 여성경제인협회 추천 등으로 대구에 비스를 설립했다.
-비스는 어떤 일을 하는가?
▶기업 산업복이나 유니폼부터 시작해서 여성정장 등 여성옷을 제작한다. 디자인부터 원단 선별, 제작까지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 과정을 직접 한다. 최첨단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해 공정을 단축하고 빠르게 납품한다. 디자인팀에서는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한다. 골프웨어 분야에서는 기존의 볼스토리와 함께 'K골프' 브랜드도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캐디복 사업을 시작했다.
-연구개발 과정은 어떻게 되나?
▶패턴입력기, 스타일캐드, 레이저 재단기, 심실링 등 첨단시스템과 스판, 방수, 디지털 프린팅 등 기능성 디자인이 가능한 원단개발이 기초가 된다. 이후 패턴디자인 개발실에서 패턴을 디자인하고 샘플 개발실에서 봉제를 담당한다. 촬영실과 쇼룸도 구비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이미지를 생산하고 마케팅 연구실을 통해 판매활동에도 집중하고 있다.
-어떤 제품들이 있고, 특징은 무엇인가?
▶비스는 의류를 국내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기획·생산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좋은 원단을 이용해 고퀄리티 제품을 불필요한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캐디복과 캐디우의, 리조트, 호텔복 등 다양한 골프웨어와 유니폼을 제작한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고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다. 각 공정에 드는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한다.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불량이나 누락제품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패션업에 종사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옷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일을 할 사람이 없다. 디자인하고 패턴을 정하고 봉제하고 옷이 기계를 통과해서 완제품이 되기까지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기술을 배울 사람이 지역에 없다. 공정마다 일을 할 사람은 있지만 이들을 연결해주는 수단이 없는 것이 문제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디자인, 패턴, 재단, 봉제, 나염, 프린팅, 캐드 등 흩어진 제작과정을 핫라인으로 통하게 하는 플랫폼, 가칭 대구패션닷컴 개설을 준비 중이다. 플랫폼 내에서 구인구직이 매칭돼 한 공장 안에서 제조부터 유통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장 임대차 정보나 비즈니스·기술역량 강화 교육, 수출입선 발굴 등도 플랫폼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대구 패션산업을 어떻게 보는가?
▶최복호 등으로 대표되는 대구 1세대 패션계는 서울보다도 앞선 트렌드를 제시했다. 2세대 이후로는 모든 패션산업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역 패션계가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지역 패션계를 살리려면 기술을 전수받을 이들이 있어야 하고 패션쇼도 꾸준히 열어 분위기를 '붐업'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 조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 6월 말쯤 패션쇼를 열려고 준비하고 있다.
-옷이란 무엇인가, 앞으로의 계획은?
▶옷은 대화이자 상대방과의 교류라고 생각한다. 마주쳤을 때 상대방의 옷을 보고 많은 정보를 파악한다. 그 정보를 토대로 대화한다. 어릴 때부터 패션에 열정이 많았고 꿈을 크게 꿨다. 좋아하는 일을 꿈꾸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는 비스 유니폼과 볼스토리 골프웨어, K골프, 홀인데이 등의 제품을 바탕으로 지역대 패션학과와 연계해 명품을 개발, 수출하고 역으로 국내판매까지 하고 싶다. 지역 패션계가 다시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트렌드를 이끌 날이 올 때까지 정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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