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민지(MZ)] 작은 동네 한 구석에 펼쳐진 우주 '쌔틀'

행성을 담은 음료 한 잔, 앉아서 떠나는 우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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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쌔틀'의 내부 모습. 이화섭 기자.

카페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카페의 성격과 콘셉트도 다양해지고 있다. 동성로나 수성못 등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카페가 몰려 있는 곳도 다양한 카페들이 있어 즐겁지만 우연히 들어간 작은 동네에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가 있다면 설령 내 손에 커피를 들고 있더라도 한 번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별처럼 뿌려져 있을 대구의 작은 동네 속 카페 중 '쌔틀'이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그 콘셉트에 있다.

쌔틀을 바로 찾기는 쉽지 않다. 대구 남구 대명시장 인근, 대로변에서 한 발짝 들어가있는 골목 모퉁이에 있고 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이나 3호선 남산역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마을 아주 깊은 안쪽 구석에 자리잡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산책하는 기분으로 동네를 둘러보다보면 어느순간 내 옆에 보이는 카페가 바로 쌔틀이다. 도착했다면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면 바깥과 다른 공간이 우리를 맞이한다.

◆ 문을 열면 우주선 속에 있는 느낌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을 반기는 것은 은색 벽면에 걸려있는 인공위성과 우주선 내부의 사진이다. 그 옆에는 파도 치는 영상이 빔프로젝터를 통해 상영되고 있었으며 스크린 맞은편에 설치된 스피커에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전반적으로 철제로 된 벽면 인테리어나 철제 프레임에 유리나 아크릴을 얹은 테이블이 왠지 모를 낯설음과 신선함을 안긴다. 빔프로젝터가 있는 벽면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깔아놓은 매트의 질감이 마치 달의 표면을 밟는 느낌을 준다.

이처럼 전반적인 분위기가 마치 우주를 연상시키는데, 쌔틀의 박한수 대표는 "작게는 인공위성 내부의 모습을, 공간의 크기를 키우면 우주선 내부에 있는 승무원들의 휴식공간을 상상해 꾸몄다"고 말했다.

카페에 우주 콘셉트를 차용한 건 박 대표가 다른 카페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시도한 것이기도 하다. 우주에 대한 관심도 어느 정도 있었던 데다가 콘셉트를 잡았을 때 다양한 시도와 표현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켓이나 인공위성 안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운다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우주'로 콘셉트를 잡고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소품이나 인테리어 재료를 구하는 데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우주'와 관련된 소품을 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아서 개업을 위해 소품이나 인테리어 재료 구하는 데에만 3개월을 썼다"며 "앞으로도 사진들과 영상은 분기별로 바꿔가며 우주를 테마로 한 갤러리의 역할도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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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쌔틀'의 커피 메뉴 중 하나인 '쌔틀크림라떼'. 쌔틀 제공.

◆ 음료와 디저트까지 완벽한 콘셉트 일치

대개 콘셉트가 강한 카페의 경우 인테리어에 신경 쓴 나머지 음료나 디저트 등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쌔틀은 음료와 디저트 모두 '우주'라는 콘셉트에 너무 충실하다.

먼저 쌔틀의 커피 메뉴 중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쌔틀크림라떼'는 마치 우주의 첫 탄생을 연상시키는 맛이다. 테두리에 발려진 계피가루와 흑설탕, 크림과 함께 넘어오는 커피까지 한 모금 안에 다 담겨 있다.

한 모금 마시면 커피의 씁쓸함과 계피의 알싸한 향, 흑설탕과 땅콩이 함께 내는 달콤하고 고소한 맛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매우 복합적인 맛과 향이 입 안에서 마구 터져나온다. 처음에는 컵을 입에 대고 한 모금씩 마시다가 중간 정도 되면 섞어서 마셔볼 것을 권한다.

쌔틀의 아이스티 중 하나인
쌔틀의 아이스티 중 하나인 '스푸트니크'. 쌔틀 제공.

쌔틀은 커피보다 아이스티가 더 독특하다. 쌔틀의 차 이름은 모두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의 이름을 붙여 우주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사과청과 코코넛젤리를 넣은 '케플러', 복숭아의 향미를 느낄 수 있는 우롱차 '베이더우', 라벤더와 레몬향이 조합된 '갈릴레오', 딸기와 얼그레이 홍차가 어우러지는 '스푸트니크', 크렌베리와 블루베리, 홍차가 맛을 내는 '허블', 자몽과 얼그레이가 만난 '나로' 등 다섯 가지 개성 강한 아이스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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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쌔틀'의 컵케이크들. 가장 왼쪽부터 오메가, 우라노스, 플루토, 이오, 넵튠. 쌔틀 제공.

디저트인 컵케이크는 아예 컵 위에 우주가 그려져 있다. 컵케이크의 이름도 우라노스, 넵튠, 이오, 오메가, 플루토 등 우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이름들이다. 이 컵케이크는 컵 안에 과일과 케이크 시트를 차례대로 얹어 3분의2 이상을 채운 뒤 그 위에 크림을 담고 크림 위에 이름에 어울리는 우주 이미지를 그려내 완성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 손님을 부르는 마스코트 '춘삼이'

이 곳에 단골을 부르는 마스코트는 '춘삼이'라는 생후 5주 가량의 아기고양이다. 카페 내부 창고를 정리하던 중 우연히 나타났다고 한다. 작은 생명을 지나칠 수 없어 가게 안에서 키우기 시작해 현재는 쌔틀을 찾는 손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심지어는 춘삼이를 보기 위해 쌔틀을 찾는 단골손님이 있을 정도다.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쌔틀을 찾는다는 손님 정한솔(23) 씨는 이 곳을 찾는 주 목적 중 하나가 '춘삼이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정 씨가 다가가자 춘삼이는 익숙하다는 듯 정 씨 품에 안기기도 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정 씨는 "친구가 '여기에 귀여운 고양이가 있다'고 해서 오기 시작했다"며 "고양이도 귀엽고, 음료와 디저트 메뉴도 특색 있고 인테리어도 독특해서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쌔틀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아기고양이
쌔틀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아기고양이 '춘삼이'. 쌔틀 제공.

춘삼이가 자연스럽게 카페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으면서 기념품까지 제작됐다. 쌔틀을 방문하는 손님들이라면 춘삼이의 사진으로 만든 스티커를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다. 잘라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스티커에 대해서도 손님들 또한 반응이 좋다.

◆ 누구든 편하게 올 수 있는 카페 되고파

처음 쌔틀을 열 때 박 대표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맨 처음에는 '간판 없는 가게' 콘셉트로 시작, 이 곳을 아는 사람들이 조용히 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를 만드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당연히 괴리가 있었고 전략을 수정한 것이 지금의 쌔틀이다. 그래서 쌔틀은 지금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슬슬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있다.

쌔틀의 콘셉트로 표방한 것이 '우주선 내 승무원 휴식 공간'이듯 박 대표가 지향하는 쌔틀의 모습은 오신 손님들이 편하게 쉬었다 가는 곳이다. 그래서 처음 문을 열 때 사람들이 조용히 휴식할 수 있을 법한 도시 속 공간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지금의 대명시장 인근 공간이다.

박 대표는 쌔틀을 '도시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공간',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려 한다. 박 대표는 "아직 위치에 대한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적은 손님이더라도 이 곳을 편하게 찾을 수 있고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카페를 연 목적은 어느정도 이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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