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실리도 놓쳤다는 평가다. 분열과 갈등 속에 최소한의 견제 역할조차 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을 두고 당 안팎의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1일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 민주당은 그야말로 '참패'를 경험했다. 대구시장에 출마했던 서재헌 후보는 17.97%의 저조한 득표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4년 전 임대윤 당시 후보가 받았던 38.75%의 득표율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당의 최대 험지인 대구에서, 그것도 대선 직후 불리한 전장에서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을 참작할 수 있다. 또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의 이름값이 독보적이었던 상황에서 정의당(한민정)과 기본소득당(신원호) 등 범야권 후보들과의 4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했다는 점도 예상보다 저조했던 득표율을 해명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20명의 무투표 당선을 허용한 대구시의원, 또 8곳 중 4곳밖에 후보를 내지 못한 기초단체장은 변명조차 어렵다는 평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그 원인을 공천을 둘러싼 대구시당의 내홍과 지도부 무능으로 짚는 이들이 많다.
대구시당은 선거 기간 전부터 일부 당원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내홍을 빚었고, 결국 기초의원 공천 갈등까지 벌어지며 쪼개졌다. 지방선거 출정식에서부터 민주당 대구시당의 '간판급'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나 홍의락 전 의원 등은 물론 4년 전 당선한 현직 대구시의원 상당수가 불참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당장 대구시당 내부에서부터 지도부가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내홍과 갈등 속에 그나마 있는 응집력마저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권택흥 달서구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구 민주당은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그는 "대구 민주당은 지도부가 부재했고, 무능했으며 무기력했다"며 "지선 대응보단 공천에 올인했고, 결국 당내 분열을 야기했고 지도력이 무력화됐다. 지도부와 조직이 주요 단체 지지를 견인하는 것도, 심지어 선대위원장들이 시장 후보 유세 지원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모두 각자도생한 선거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졌지만 잘 싸웠다'는 자기만족적이고 책임회피적인 위안으론 대구에서 민주당의 존립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선방'이라는 평을 내놓은 현 대구시당 지도부를 저격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2일 논평을 통해 "6회 선거에서 총 당선자 수가 10여 명에 그쳤는데, 정권 교체 직후 선거에서 당선자 29명을 배출한 것은 선방"이라고 했다.
같은 선거를 두고 '재건축'과 '선방'이라는 두 입장이 엇갈리는 셈이다. 현 지도부 책임론을 내세우는 쪽과 이를 부인하는 쪽의 극한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을 치르며 잠재해있던 갈등이 지방선거 패배를 기점으로 폭발, 한 차례 시당 리더십을 사이에 둔 태풍이 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 대구시당 한 관계자는 "대선 직후에도 상당수 당원들이 '현 지도부 체제론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지선이 다가오며 불발됐었는데,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싶은 모양새"라며 "침묵을 지켜왔던 홍의락 전 의원이나 김부겸 전 총리 측 모두 현 지도부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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