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 민선 8기가 지난 1일 일제히 출범한 가운데 조선 선비들이 자신의 출처(거취)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시했던 '백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획전이 마련돼 주목된다.
새로운 지방정부의 시대, 단체장을 비롯해 의회 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에 자리잡은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달 21일부터 유교문화박물관에서 2022년 정기기획전 '선비들의 출처, 나아감과 물러남'을 개최하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공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공부가 어떻게 세상을 위해 쓰여야 하는지, 세상을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세상을 위해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과감히 벼슬길에 나아가 백성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기를 원했다. 하지만 자신의 인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벼슬길에 나가는 것이 나라와 백성에 재앙이 된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
특히, 수령과 같은 목민관이 된다면 백성들의 삶과 밀접한 자리에 있는 것이므로 항상 자신의 처사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 선조들은 자신이 과연 나아가서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항상 고민했다.
율곡 이이가 '선비의 큰 절개는 출처에 있다'라고 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이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선비들은 어쨌든 자신의 거취가 백성들의 안위와 연결되는 경우 항상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입신양명'은 개인의 출세와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입신양명은 나의 몸가짐을 바로해 올바른 이름을 세상에 남기는 것이다. 선비들이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을 신중히했던 것은 과연 내가 올바른 이름을 남길 수 있는지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선비들의 출처를 보여주는 여러 자료와 관직에 나가는 각종 길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된다.
대표적인 조선시대 관직 진출로는 문과와 무과로 표현되는 과거를 들 수 있다. 과거는 한 번만 치러 합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과거시험의 예비단계인 강서는 합격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시험을 응시할 수 없었다. '강서시험'의 성적과 본시험인 회시의 성적을 합산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음서'는 고위직의 자제라고 벼슬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음서의 경우도 기본적인 경전 시험을 치러야 하며, 합격해야 관직을 받을 수 있었다. 음서시험은 취재라고 하는데 취재시험에 합격한 합격증인 음서 백패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이다.
또한 과거에 급제했을 때 급제자들에게 내려주는 '어사화', 선비들의 항상 옆에 두고 보면서 거취를 고민했던 '침병팔잠 병풍' 등도 중요한 전시자료이다. 이외에도 산림을 초빙하면서 군주가 특별히 내린 유지와 산림직에 임명되었을 때의 교지들도 전시된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거취에 대한 고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비록 세상을 위해 큰 뜻을 품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더라도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혼란만 더할 뿐이기 때문이므로 성급한 이상의 추구는 경계할 만하다"고 했다.
또 "상황이 위급한 데도 자신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것도 지식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임진왜란과 같은 큰 국난이 닥치면 자신의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출처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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