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만류에도…이준석 '가처분신청' 접수

당내 "지지자 마음 헤아리지 못해"…사법부 정당 갈등 기각 결정 많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동해임 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법적대응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집권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정치권에선 비대위 출범으로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다잡으려 했던 여당이 법정싸움이라는 진흙탕으로 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처분 신청 전자로 접수했다"고 적었다. 이 대표 측은 그동안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이미 사퇴를 선언한 최고위원이 최고위 표결에 참여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반발해왔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사안의 급박성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내야 했다"며 "수해에 마음 아플 국민들을 생각해 조용히 전자소송으로 내기로 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전면전을 선언하자 그동안 법적대응만큼은 자제해 달라고 만류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대구 수성구갑)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문제를 사법절차로 해결하는 건 하지하(下之下)의 방법이고 어떤 결론이 나도 피차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었다.

지역의 한 초선의원도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순진한 마음으로 송사를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당의 조속한 안정과 새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보수진영 지지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 한 판단이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의 인용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사법부가 정당 내 갈등 상황에 대해선 '자체 해결'을 강조하며 기각결정을 내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추후 정치적으로 재기해야 할 때 '법적소송까지 불사하며 저항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금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록을 위한 송사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집권당 당수(黨首)였던 이 전 대표가 소속 정당의 결정에 공개 반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국민의힘 내홍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소송전에 더해 비대위 전환과정의 흠결을 꼬집는 여론전도 병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